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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n 04. 2020

환율과 금리로 모든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지침서

오건영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조지프 엘리스 <경제를 읽는 기술>에서는 주가(주식의 가격)에 선행 또는 후행하는 지표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2년 전 이 책을 읽고 주가는 시장에서 이유 없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유기적이고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을 정리하였다. <경제를 읽는 기술>에서는 선행 및 후행 지표로 5가지를 소개한다. 실질 개인소비지출, 시간당 실질 평균소득, 실업률 변화, 인플레이션, 금리였다. 여기에서 실질 개인소비지출과 시간당 실질 평균소득은 주가의 선행지표이며 실업률 변화는 후행지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지표라고 설명하였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다. 사람들의 임금이 늘어나고 돈을 많이 쓰면 경제가 좋아지고 주식의 가치가 올라간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이 자본조달에 어려움에 처하면 구조조정을 거칠 것이고 실업률은 증가할 것이다. 실질 개인소비지출과 시간당 실질 평균소득은 주가에 선행하고, 실업률은 주가에 후행한다는 건 쉽게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주식과 연결되는 상관관계는 부족한 경제 지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년이 지나 오건영 팀장의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 경제전쟁의 미래>를 읽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더 나아가서 미국을 비롯한 대외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감안한 환율이 주식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경제현상과 주식시장은 금리와 환율의 변화에 따라서 변하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알게 해 준 이 책과 저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98년 위환 위기라는 우리나라의 아픈 경제사를 다룬 영화다. IMF라는 엄격한 금융기관에 우리나라 경제가 손상되지 않도록 한국은행 김혜수 팀장은 불철주야 노력한다. 이와 반대로, 정부의 윗분들은 나라의 경제는 모르겠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손쉽게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여기서 김혜수 팀장이란 착한 사람은 악의 무리에 맞서 싸웠지만 그들을 이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서 영화는 재밌어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서는 환율과 금리만으로도 IMF 외환위기를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은 이유는 세 가지다. 1. 고베 대지진과 역플라자 합의에 의한 엔화 약세, 2. 기업들의 막대한 단기 외채, 3. 달러 당 800원 대에서 유지된 고정환율제에 가까운 관리변동환율제이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을 전후해 일본 엔화는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엔화 초강세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있어 수출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죠. 이는 당시 세계화 혹은 세계 경영이라는 한국 정부 및 기업들의 해외 진출 모토와 맞물려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 확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설비 투자 확대에는 두 가지 효과가 있죠. 하나는 기업들이 대출을 늘리는 효과입니다. 제조업 등의 설비 투자를 할 때에는 당연히 상당한 돈이 들어가니까요. 다른 하나는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가 생겨나니 고용 창출이 확대되는 효과입니다. IMF 이전까지 한국 경제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양호한 고용 여건이라는 이 두 가지 효과 덕에 고성장 국면을 보였습니다. (...)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역플라자 합의의 역풍을 얻어맞으면서 엔화는 빠른 약세로 전환되었고,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답니다. 미국은 성장세도 강한데 이자도 많이 줍니다. 그럼 엔화 약세 및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해 성장의 질이나 강도가 약해진 이머징 국가보다는 미국 쪽으로 글로벌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었겠죠. 네, 이머징에서 돈이 빠져서 미국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태생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참 난국이 되는 거죠.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위해 상당히 많은 대출을 받았다고 앞서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국내 은행뿐 아니라 해외 금융 시장을 통해 그 무섭다는 달러 빚까지 내서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빚은 많아졌는데 엔화 약세 때문에 한국의 수출 성장에 먹구름이 낌은 물론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성장 여력까지 제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차별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빚도 많고 돈도 못 버는 한국 입장에선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지 않았을까요?

오건영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이 책을 읽다 보면 IMF 외환위기 외에도 일본이 경제에서 잃어버린 20년을 왜 겪었는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는 왜 찾아왔는지, 2016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중국이 왜 위기에 처하는지 금리와 환율로 설명된다.


 2020년 3월 코스피 지수는 1400대에서 3개월이 지난 6월 현재 2100선까지 단기간에 회복했다.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의 온도차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또한 금리와 인플레이션, 환율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과 유럽은 경제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미국 연준(Fed)은 금리를 제로 금리까지 낮추었고, 무제한 양적완화(QE)를 비롯하여 일부 투기등급인 회사채까지 매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연준을 따라 우리나라 한국은행을 비롯하여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전 세계의 물가는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넘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는 각국의 노력은 막대한 재정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부양하려는 노력은 자산시장의 회복의 동력이 되고 있다.

 어제(20년 6월 3일)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은행 주식이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기관과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표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듯이 환율은 1210원대로 한 때 1280원까지 올라간 때에 비하여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를 팔고 원화를 찾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신호다. 이처럼 금리와 인플레이션, 환율로 주식 시장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오건영 팀장의 팬심으로 책을 구매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어려운 내용을 쉽게 알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2020년 경제위기를 오건영 팀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마다 에세이를 적어준다. 경제 지식이 부족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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