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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n 28. 2020

균형이 깨지면 무너지기 쉽다

프레드 프로벤자 <영양의 비밀>

 이번 주에 몸이 안 좋아서 고생했었다. 회사에서 크고 작은 일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와중에 찬 음식을 잘못 먹어서 과민 대장 증후군에 걸린 것이다.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져 있었는데 찬 음식이 내 몸의 약한 고리인 장을 공격한 것이다. 이처럼 몸에 균형이 깨지면 건강은 무너지기 쉽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이번 주였다.


 균형이 깨지면 무너지기 쉽다. 당연하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이 명제를 행동생태학과 교수인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에서는 동물의 식습관을 통해 알려준다.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은 인스턴트, 고열량의 식품에 둘러싸여 있다. 이 식품들의 자극적인 맛은 사람들을 편식하게 만든다. 영양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은 무너진다. 무너진 건강을 되찾으려는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이와 달리 동물은 몸에 필요한 영양을 본능적으로 찾으면서 몸의 균형을 찾아간다. 심지어 영양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낯선 음식을 먹기도 한다. 동물들은 영양의 균형을 위해 편식을 하지 않는다.

 동물의 영양소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새롭고 낯선 먹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야생의 양과 순록, 고라니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죽은 나그네쥐, 토끼, 새를 먹고 때로는 산 채로 잡아먹기도 한다. 양은 극제비갈매기와 뇌조의 알을 먹는다. 흰꼬리사슴은 물고기를 먹고, 사슴은 뿔을 갉아먹는다. 큰뿔양은 설치류의 배설물을 핥아 미네라를 섭취하기도 한다. 인산염이 부족한 소는 뼈를 먹는데, 혈중 무기 인산염 수치가 정상 범주로 돌아오면 더는 먹지 않는다. 소와 양은 흙을 먹거나, 오줌 자국이 남은 곳을 핥거나, 배설물과 죽은 토끼를 먹어 미네랄 결핍을 해소한다.

프레드 프로벤자 <영양의 비밀> p.119

 <영양의 비밀>의 초중반은 균형을 찾아가는 동물의 행동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의 건강에 적용시키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영양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는 단순 건강 서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균형을 잃은 우리 사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저자의 글에서 반성과 깨달음을 얻는다. 균형을 찾아가는 자연과 더불어 불균형이 가져오는 위험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까지 생각을 미치게 되었다.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경제다. 영양에 관한 건강서적을 읽으면서 경제라는 키워드까지 생각이 미칠 줄을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자연 안에는 모든 키워드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의 경제활동 사이도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나 오만한 현대사회의 인간은 경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영역을 침범했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이 깨지자 자연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끔찍한 전염병으로 인간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이는 3월에 인간의 경제적인 활동을 제한하고 주식시장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ed)은 금리를 0까지 내리고, 2.3조 달러(2,760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미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회사채까지 직접 매입하는 경기부양책에 경기는 V자 반등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주식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V자 회복을 했다.

(L)급격히 늘어난 연준의 보유 자산 (R) 코로나 충격 이전을 회복한 나스닥 종합 지수

 연준이 직접 자산을 사주는 이런 형태는 과연 올바른 일인 것일까? <영양의 비밀>에서 자연을 관찰한 저자에게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눈이 온 산을 뒤덮은 오늘, 나는 사람의 좋은 의도가 동물의 생존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새들이 조그만 무리를 이루어 우리가 마련해 둔 먹이통에서 만찬을 즐긴다. 갈색양진이 무리도 먹이통 주위에 몰려들어 부산을 떠느라 씨앗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먹이통 근처까지 가지 못한 녀석들은 눈밭에 떨어진 씨앗을 주워 먹는다. 선의에서 비롯된 우리의 무상 급식은 어쩌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이 새들이 자연의 씨앗을 찾기보다 우리가 제공한 씨앗에 의존하게 되면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할지, 어디를 가고 어디를 가지 말지,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지식의 전수가 끊어질 수도 있다.

프레드 브로벤자 <영양의 비밀> p.307

 연준(Fed)이 회사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환호했다. 연준이 회사채를 사기도 전에 시장 참여자들은 미리 회사채를 매입하여 투기등급(BBB) 회사채 금리도 많이 낮아졌다.

연준의 조치로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급격히 낮아졌다

 시장의 자금이 코로나로 어려워진 회사에 유입된다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 기업은 현금을 확보하면서 부도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의지한다면 사람의 좋은 의도가 동물의 생존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듯이, 기업은 이윤추구보다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에 의지하는 경제가 허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2015년 위안화 위기에서 겪을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연준(Fed)이 미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2014년 말에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지 2015년 말에는 기준금리 또한 인상했다.

 연준은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해서 시장에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조금씩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제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생겼다. 금리가 낮은 시장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시장에서 운용하는 일명 '캐리 트레이드'방식으로 투자하던 투자자들은 연준이 긴축 정책을 펼치자 달러를 긴급히 회수하였습니다.

 여기에 홍콩에서 거래되던 역외 위안화 환율과 중국 내에서 거래되는 역내 위안화 환율의 가격의 격차가 생기자, 투자자들은 이 틈을 노려 홍콩과 중국의 위안화만 거래하면서 수익을 챙겼다. 이에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4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던 중국은 2년 만에 1조 달러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애덤 투스 <붕괴>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만 의존하던 시장이 2014년 말 이를 회수하려고 하자 중국의 위안화 위기로 시장은 발작을 일으킨다. 시장이 자생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이 말이다. 2020년의 2.3조 달러의 유동성과 부채는 5년 전과 비슷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이유다.

 어떤 이는 자연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람의 시스템은 자연이 시스템을 흉내 내지 않는다. 이론상으로는 사람의 경제가 자연의 경제를 모방할 수 있다. 자연의 경제에서는 태양 에너지가 모조리 소비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흙과 식물과 동물을 연결하는 그물망 속에 다양한 자본을 비축하는 데 사용되니 열역학적 측면에서도 아주 효율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제가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혁신적인 문명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는 다른 사회, 나아가 우리가 거주하는 환경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개인은 원주민 사회에서 그랬듯이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강력한 제어를 감내해야 한다. 설령 그런 조건을 받아들인다 해도, 인간이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관리 역량을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펄스의 주장대로 우리는 위대함을 포기하고 단순함, 검약, 그리고 우애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프레드 프로벤자 <영양의 비밀> p.492-493

 경제활동에서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소비가 경제활동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자연에 위배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 아닐까.


 사람의 활동이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라면 우리는 최적의 균형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것일까. <영양의 비밀>의 저자는 책 마지막에 인생에서 세 번의 시련을 겪었다고 말한다. 이 시련으로 매우 힘들었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어느 순간 이겨냈으면 자연 앞에 겸손한 자세로 노년기에 균형을 찾은 것이 느껴진다.

 나는 어렸을 때 죽음이 두려웠다. 내가 지구에 온 목적을 -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 달성하기 전에, 내가 배워야 할 교훈을 다 경험하기 전에 죽을까 봐 두려웠다. 젊은 시절에도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다. 7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지금까지 나는 '뜻하지 않은' 모험을 하고 있다. 이제 더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때가 오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보편적인 하나 됨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운 좋게 지금까지 내가 거주해 온 육신을 흙으로, 이름 모를 들풀로, 들꽃으로, 나무로, 영양으로, 코요테로, 갈까마귀로, 독수리로 변화시켜 줄 청소부 동물과 미생물을 맞이할 준비도 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에서 사람으로 보낸 시간, 그 모든 기쁨과 딜레마, 슬픔과 고통, 불안과 불확실성,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이 그립기는 할 것이다. 
 진정한 경외심과 겸손함을 담아 지구에서 보낸 시간에 감사하고 싶다. 나의 여정에 함께해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이 행성을 축복해 주고, 자신을 희생해 끼니마다 먹을 것을 제공해 준 식물들과 동물들에게 감사한다. 비록 우리의 한정된 능력으로 그 수수께끼를 헤아릴 길이 없지만, 이 행성과 그 거주자들이 더 큰 선을 이룰 수 있기를 축복한다.

 프레드 프로벤자 <영양의 비밀> p.562-563

 균형이 무너져 과민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했던 한 주가 아닌 삶의 균형을 찾은 저자처럼 나도 안정적이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위안화 위기 같은 거시 경제에 대해서 말했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려고 한다. 영양의 균형을 찾으려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신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운동을 시작할 것이며, 사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으로 당부했던 여러 사람을 사랑해야겠다는 다짐들이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영양의 비밀>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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