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유재석은 <무한도전>과 <런닝맨>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꾸준한 통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이다. 올해 데뷔 30년 차인 유재석은 작년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30년 동안 활동한 연예인이 신인상이라니 의아스럽지만, 프로그램에서 부캐로 활동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신인상을 받은 것이다.
ⓒ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정작 본캐로는 신인상을 받지 못했던 유재석은 “평생 받을 수 없을 줄 알았던 상이 신인상인데요. 정말 타고 싶었는데 타지 못했거든요”라며 기뻐한 후, “산슬 씨, 축하드립니다~” 라며 수상소감을 남겼다.
<런닝맨>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큰 사랑을 받던 <무한도전>이 종영하고 <해피투게더> 마저 종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은 주지 못하였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로 큰 인기를 끌며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항상 정상에 있었지만, 다시 한번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데뷔 29년 만에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유재석의 다양한 활동 덕분이었다. 그는 <폴리매스>의 저자 와카스 아메드가 말하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폴리매스이다.
폴리매스(Polymath) : 박식가. 여러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는 사람.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
우리나라 교육은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전문화가 되어있다. 대학교에서는 같은 수학과 교수라도 옆 방의 교수가 무슨 연구개발을 하는지 모른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같은 분야에서도 전문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더 많은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고, 교육과 사회는 전문가를 원하고 선망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
전문화된 사회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높은 기술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는 없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창의성을 제한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가 남긴 말은 전문화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만약 유재석이 부캐로써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기존 프로그램에서 꾸준한 사랑과 인기는 받았을 테지만 기존 이미지만으로는 작년처럼 신인상을 수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예상치 못한 시너지와 결과물이 나온다. 전문화 시대에 폴리매스가 필요한 이유다.
와카스 아메드의 <폴리매스>에는 역사적으로 많은 폴리매스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인물로는 정약용이 소개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폴리매스는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등장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야 다양한 분야에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이 먹을 것이 부족하여 굶어 죽지는 않는다. 이러한 시대에 전문화의 틀을 벗어난다면 우리 모두가 정약용과 유재석처럼 폴리매스가 될 수 있다.
우리 안에서 폴리매스를 찾는 방식은 6가지 사고방식이다.
개성 :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호기심 : 경계를 짓지 않고 중단 없이 탐구하는 능력
지능 : 다양한 자질을 배양하고, 연습하고, 최적화하는 능력
다재다능함 :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넘나드는 능력
창의성 :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을 연결하고 종합해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능력
통합 : 다양한 지식의 갈래들을 통합해 '전체'를 그리는 능력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통합하는 감각, 다재다능한 기술, 연결하는 능력, 일정 수준의 지능, 순간순간의 창의성, 호기심, 남과 구별되는 자신의 개성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자질을 발견하고 활성화할 때 우리 안에 잠든 폴리매스가 깨어난다.
와카드 아메드 <폴리매스> p.191
폴리매스 개념을 일로 확장해보았다. 97년 IMF 외환위기 전까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통념이었다.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 잘 입사하면 그곳에서 수 십 년 일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낯설지 않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전문가처럼 본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역을 넓혀서 부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본업에 충실하고 있지만, 자리를 잡은 지금은 다른 분야에 자꾸 눈이 간다. 경제에 관심이 있어서 경제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지식을 얻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잃지 않는 투자를 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있다. 읽은 책을 정리하기도 하고, 가끔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놓는다. 많이 미약하지만 하나씩 쌓이는 글과 가끔씩 오는 피드백은 내 이름으로 책을 쓰는 그 날을 향해 가고 있다.
이사칸리에 따르면 진정한 폴리매스라면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가시적인 형태로 창의적인 산출물을 내놓아야 한다. "뭔가를 아는 것과 뭔가를 생산하는 일은 별개"라고 지적하면서 그는 말했다. "폴리매스의 지식은 수동적이지 않고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지식은 걷고, 이야기하고, 감정의 물결을 일으키고,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결과를 창출하고, 행동으로 바뀝니다."
와카드 아메드 <폴리매스> p.412
회사원이면서도 투자자와 작가를 꿈꾸고 있다. 폴리매스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확실한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영역에서 벗어나서 다른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씩 시작하다 보면 내 본업과 부업이 연결될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때가 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며, 유재석처럼 폴리매스라는 단어가 알맞은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재능과 폭넓은 지식을 갖추면 다차원적이고 전일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다양성과 보편성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사유하는 방식과 생활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지구 상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경험과 지식을 극대화하고, 성취감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와카드 아메드 <폴리매스> p.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