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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Nov 16. 2020

투자에서 본 또 다른 기회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 말아요

 유튜브에서 '증시각도기 TV'로 활동하는 신한은행 곽상준 부지점장이 주로 하는 말이다. 주식에서 사람이 너도 나도 사고 싶은 회사에는 투자를 자제하자는 말이다. 반대로 좋은 회사인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때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자세하게 말하면 천영록, 제갈현열의 <부의 확장>에서 '시간과 유동성'에 대해서 말한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부자들은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에 장기 투자한다. 그림, 와인, 골동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시간을 녹여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수익률을 선사한다. 5~10년 정도를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 벤처 캐피털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돈을 뺄 수 없는 대가로,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은 대체로 주식 대비 유동성이 부족하다. 그러니 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수도 적고, 투자 기회들이 온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푼돈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나, 초고속 알고리즘들이 접근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 투자가 수익률을 높아왔다. 건물이나 장기적인 공사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할 때 현금화가 되지 않으면, 즉 유동성이 적으면,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주 큰 손실을 보고 부동산이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금융 위기가 오면 일반인들은 구조조정을 당할 수도 있고, 여러 자산에서 동신에 손실이 발생해 대단히 큰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위기가 없더라도 생각한 대로 투자가 흐르지 않아 십 수년간 땅을 못 팔거나 장외 주식을 팔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모두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에 투자해서 잘못된 사례들이다. 현금이 조금만 있었으면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천영록, 제갈현열 <부의 확장>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사람 많은 곳은 유동성이 풍부한 곳이며, 사람이 적은 곳은 유동성이 부족한 곳일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곳은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가격은 올라가지만, 더 올라갈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이다. 반대로 유동성이 부족한 곳은 가격 변동은 적을지언정 자산 가격이 올라갈 폭은 많다. 그 차이는 단지 지금이냐 나중이냐의 시간 차이뿐이다. 그렇기에 곽상준 부지점장은 유튜브를 통해 투자에서 일정 부분 현금은 확보해놓으라고 말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고 좋은 자산에 시간을 투자하면 성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벗어나서 내 인생에서 다른 분야에 유동성 개념을 대입해보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 말이다. 요즘 회사에서는 승진을 안 하고 직원으로 남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승진하려고 저녁도 없이 상사와 시간을 같이 보내고,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기보다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나 또한 권력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기에 승진 생각을 접었었다.

 그러나 투자에서 배운 유동성이란 개념을 적용해보니 지금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는 좋은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지금 안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는 그때가 기회였던 경우도 있었다. 그럼 지금 승진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과연 나중에도 계속 힘들까? 승진이 나에게 정말 나쁜 선택지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승진에 도전해보자'였다. 출사표를 던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좌절을 맛볼 수도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시도하는 것이 유동성 측면에서는 기회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게 되고 내 안목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자들은 유동성을 가지고 논다. 그들은 유동성 부족에서 오는 두려움과 같은 본능을 역행한다.

 가까이 지내던 분이 최근에 승진을 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 보인다. 본능은 편한 길로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승진하는 것이 유동성을 이용한 부자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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