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이 Mar 06. 2023

마음과 나눈 이야기

생(生)의 감각

 어느 꽃 피는 봄이었다. 아마도 2023년 3월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아침잠이 달아난 나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내 방 창문을 열고 조용히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날아다니는 새들, 스스로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도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신에게 하달받은 임무라도 있는 것처럼, 내가 바라본 것들은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生)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나만 홀로 소외감이 들었다.     

 

 창문을 닫고 조용히 내 방바닥에 앉은 나는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조용히 명상에 몰두했다. 십 분쯤 지났을까, 고요해진 나에게 ‘나의 마음’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ㅡ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동동아?


ㅡ음..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 내가 왜 살고 있는지...   

   

ㅡ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었다고?

     

ㅡ응, 사실 요즘 마음이 답답하고 공허해. 누군가 나를 지탱해줬으면, 강하게 붙들어줬으면 하는 심정이 계속해서 들어. 하는 일은 전부 고꾸라지고,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막막하고 두려워. 무언가 나를 강하게 덮칠 것만 같은 기분이야. 곧 무너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삶의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고 있었어. 나는 도대체 왜 사는걸까.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난 것일까? 넌 그 이유를 알고 있니?    

  

ㅡ어려운 문제에 봉착했구나. 삶의 이유라.. 음.. 과연 그게 무엇일까? 혹시 신의 섭리에 대해 생각해 봤어?

   

ㅡ신의 섭리?     


ㅡ응. 신의 섭리. 신이 있다고 생각해?  

   

ㅡ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  

   

ㅡ왜? 동동아, 난 너의 마음으로서 너를 평소에 많이 지켜봐 왔었잖아. 너는 스스로 신의 섭리를 느끼면서 그것에 따라 살고 싶어했어. 신기하지? 신은 우리 각자에게 재능을 주셨어.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노래를 하고, 누구는 달리기를 하고, 누구는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도록 말이야.

     

ㅡ신이 재능을 주셨다고? 그럼 나에게도 재능이 있을까..?

     

ㅡ그럼!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어. 아주 극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 바로 너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것을 사랑해줄 수 있는 능력이야.   

  

ㅡ내면을 사랑하는 능력?     


ㅡ응, 현대인들을 한번 봐봐. 자신과 대화하며 사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누가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겠어? 넌 힘든 와중에도 늘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어. 그리고 너가 진정 원하는 것, 너가 바라는 것, 너의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기를 늘 염원했지. 그래서 과외로 번 300만원을 모두 책을 사는데 쓰기도 하고, 단편 소설을 써보기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잖아.

    

ㅡ그렇지..     


ㅡ자신감을 가져! 내가 쭉 지켜본 너는 늘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했어. 너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과 유대감이 들었고 그들에게 적게나마 너의 도움을 주고 싶어 했었어. 너가 글을 쓰든, 예술적으로 그걸 표현하든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간에 말이야. 이제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거야. 너의 에너지, 너가 그동안 가졌던 생각들을 모두 표출해 봐. 그리고 손을 펼쳐서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거야.   

  

ㅡ내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ㅡ그럼, 나는 널 믿어. 너의 글쓰기 능력으로 세상을 돕는거야. 너가 쓴 소설들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치유와 안식을, 생과 사의 길에서 자신의 운명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멋진 문장을 써보는 작가가 되어 보는거야.       

    

 마음의 소리를 들은 나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강한 울림이 흘러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남들보다 가진 것은 없었을지라도, 남들을 돕고 남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세상은 아직 나를 필요로 했다. 마음은 그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나는 마음에게 말했다.     


ㅡ고마워, 진짜로..     


ㅡ널 계속 응원할게. 누가 뭐라하더라도 난 너의 편이고 널 응원할거야. 그러니 용기를 내!  

   

ㅡ응, 그래볼게!     


ㅡ이제 좀 고민이 해결됐어?    

 

ㅡ응, 조금은..     


ㅡ그래? 그럼 다행이야. 이제 시간이 됐으니 나는 다시 너의 심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볼게.

      

ㅡ고마워, 덕분에 걱정이 많이 해결됐어. 잘 가, 다음에 또 보자!

    


 마음과의 첫 번째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나게 되었다. 대화가 끝난 후, 나의 세상은 이전과 달리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세상이 풍요로워 보였고, 지나가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에 신의 섭리가 담겨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의 의무와 생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생(生)의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과의 대화 이후, 나는 인생에 대해 조금은 다른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 자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신에 대한 사색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