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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18. 2023

무제 3

 1. 우리의 인생은 과연 한 번뿐인 삶일까? 니체가 말한 것처럼 영원히 회귀하는, 영원히 반복되어 같은 인생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우리는 전생에 업보를 쌓아 현재의 ‘나’라는 삶에 이르게 된 것일까? 

 삶이란 참으로 미스테리다. 때로는 인생의 해답을 얻기 위해, 궁금한 점에 도달하려 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떨 때는 마치 법칙처럼 삶의 균형력이 작용하기라도 하듯, 미지의 상황에서 뜻밖의 통찰을 깨닫기도 한다. 삶이란 미지수다.     

 

2. 당신은 봄이 되면 왜 꽃이 피고, 만물이 약동(躍動)하는지 아는가? 당신은 왜 밤이 되면 해가 지고, 달이 뜨는지 그 이유를 아는가? 당신은 왜 겨울이 되면 곰들이 겨울잠을 자고, 처마 밑에 고드름이 달리는지 아는가? 신의 섭리는 만물 곳곳에 깃들어 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곳까지, 깊고 낮은 모든 것에 신의 섭리가 담겨 있다. 열반에 이르거나, 때로 알 수 없는 황홀경에 이끌려 절대자와 단독적으로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신의 섭리를 경험해 볼 수 있다.    

 

3. 누군가 찬란한 웨딩을 마치고 버진로드를 걸어간다. 그 순간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세상과 작별 인사를 고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 생(生)의 호흡을 함께 나눈다. 지구에 사는 80억명 모두 겹치는 사람 하나 없이 제각기의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기록되고, 누군가는 소리 새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4. 때로 인생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느껴진다. 진정 신은 극복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우리는 감내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도 성경의 욥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이름 모를 고난과 핍박에도 모두 신의 뜻이 담겨 있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합리적인 것 속에도 모순이 숨겨져 있고, 흐트러져 보이는 대자연 앞에도 신비로운 질서가 숨겨져 있다는 법이다. 우주는 아직 풀리지 않은 넌센스로 가득하다.   

   

5. 이성이여, 안녕. 이성을 지나치게 신뢰하지 말 것. 합리적인 것이 최선으로 보일지라도, 때로는 그것에 의해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욱 자명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다. 우리의 양심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우리가 이끌리는 대로 삶을 살아볼 것. 마음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       


6. 지성에서 영성으로. 결국, 신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간다. 세상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너무도 많다. 이것을 인간의 의식 수준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간의 의식 수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첫 번째는 무언가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로 시작한다. 이 욕구가 해소되면, 나를 알고 싶다는 자아에 대한 물음이 피어오른다. 이 욕구마저 충족되면 나를 뛰어넘는 그 무엇, 나 위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그 무엇에 이르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직접 깨닫기 전까지는, 언어로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게 참으로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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