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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Mar 13. 2023

파란 나비와 붉은 나비 이야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어느 한적한 자연의 꽃밭. 그곳에서 색깔이 서로 다른 두 마리의 나비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한 마리는 파란 날개를 지닌 나비였고, 다른 한 마리는 붉은 날개를 지닌 나비였다. 나비들은 서로의 색깔은 다를지언정 같은 암수에게서 태어난, 우연한 과정으로 한날한시에 태어나 공동 운명체를 살아가게 된, 인간으로 치면 쌍둥이로 비유할 수 있는 나비들이었다.

 파란 나비와 붉은 나비는 쌍둥이답지 않게, 성격만큼은 서로의 날개 색깔처럼 무척이나 달랐다. 파란 나비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고, 붉은 나비는 자신이 태어난 꽃밭에서 머물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걸 즐기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언뜻 보면 이 둘은 서로 달라 보였지만, 아름다운 꽃들 주변에 앉아 그날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꽃밭에서 날아다니며 다른 생명체들과 소통도 하는 자애로운 나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비들의 날개가 아름다운 빛을 내고, 점차 짝짓기의 시기가 다가올 무렵의 일이었다. 짝짓기 철을 맞이해 먼 지방에서 날아온 곤충들이, 파란 나비와 붉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꽃밭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파란 나비는 그날도 어김없이 오늘은 꽃밭의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볼까하며 날아다니던 와중에, 우연히 곤충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바로 저 멀리 꽃밭 너머에 있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그곳은 무척 동적이고 환상적이며, 놀라운 성격을 띠는 신기한 세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란 나비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인간 세상으로 날아가 보고 싶다고,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진귀한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다. 사실, 파란 나비는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상을 늘 동경했으며, 답답한 꽃밭이 아닌 이역만리 떨어진 어딘가로 날아가 자신만의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슴 한켠에 품으며 살아왔다. 

 반면에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와 생각이 달랐다. 붉은 나비는 꽃밭을 사랑했으며,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자신의 짝을 찾고, 자신이 낳은 애벌레들과 남은 여생을 보내길 바랬다. 붉은 나비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편하게 느꼈으며, 번잡한 인간 세상보다는 자연에서 노닐며 파란 나비와 함께 우애 좋은 쌍둥이로 살아가는 삶을 동경했다.      


 어느 날, 파란 나비는 붉은 나비에게 말했다. 

     

ㅡ붉은 나비야, 나랑 같이 인간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지 않을래?    

 

 붉은 나비가 말했다.     


ㅡ인간 세상? 지금 우리가 날아다니는 이 아름다운 꽃밭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걸? 인간 세상은 보기보다 위험하고,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함정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그러니까 엄한 생각 말고, 꽃밭에서 같이 살아가자. 여기서 짝도 찾고, 아름다운 식물들과 함께 꽃밭을 가꾸며 우리의 여생을 보내는거야.  

   

파란 나비는 붉은 나비의 말을 듣더니, 더듬이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ㅡ너가 잘못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 붉은 나비야. 우리가 사는 곳 말고, 다른 곳으로도 여행을 떠나봐야 해. 우리가 살았던 세계와는 다른 무언가 색다른 것들이, 무언가 다채로운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지난번에 인간 세상에서 건너온 곤충들이 말해줬는데, 인간 세상에는 철로 만들어진 자동차도 있고,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건물도 있고,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는 예술의 전당 같은 곳도 있대. 정말 신기하지 않니?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파란 나비의 제안이 영 내키질 않았다.

      

ㅡ그건 너무 무모해 보여, 파란 나비야. 우리가 사는 이곳이 너무나 답답하고 한가로워 보여도, 이곳만큼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나는 꽃밭이 무척이나 좋은걸.

      

 파란 나비는 붉은 나비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인간 세상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인간 세상을 향해 날아가기로 결심한 파란 나비는 간단한 채비를 마친 후, 꽃밭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났다.     


 파란 나비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목격했다. 곡식을 수확하는 농부들,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길가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자신이 꽃밭에서 봐왔던 것보다 몇 배는 큰 거목(巨木)들, 바다와 그 위를 떠다니는 해파리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성당과 고층건물까지 다양한 것들을 두루두루 살펴보며 꽃밭과 다른 세상을 모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흥미로웠던 것들이 파란 나비에게 점차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 또한 여행에 지친 나머지, 체력이 부족한 탓에 파란 나비의 날갯짓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져만 갔다. 결국 인간 세상을 여행하기 위해 꽃밭을 떠난 지 1년하고도 1개월이 지난 어느 날, 파란 나비에게 자신이 살던 꽃밭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파란 나비를 감언이설로 꿰어 파란 나비의 날개를 수집하려 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하늘만큼 높게 솟은 고층건물에 부딪쳐 더듬이를 잃을 뻔한 적도 있었으며, 이름 모를 숲속에서 길을 헤매 위험에 빠질 뻔한 적도 있었다. 파란 나비는 고향의 향수를 강하게 느꼈다. 붉은 나비와 자신이 살던 꽃밭이 보고 싶어졌던 것이었다.

     

 파란 나비가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붉은 나비는 홀로 꽃밭에서 날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똑같은 일상, 똑같은 장소, 똑같은 공기와 바람이 붉은 나비를 반겼다. 매번 같은 기쁨을 느끼며 지내던 붉은 나비에게 우연히 바람결에 날아온 곤충들이 파란 나비를 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붉은 나비는 곤충들에게 파란 나비의 소식을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곤충들이 일러주길, 파란 나비가 위험에 빠져 제대로 날아다니지도 못한 채 어느 낯선 곳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가 인간에게 채집 당할뻔한 적도 있었고, 흉악한 동물들에게 잡아먹힐 뻔한 적도 있었으며, 숲속에서 길을 잃고 같은 곳을 계속해서 맴돌았다는 소식 또한 듣게 되었다. 

 파란 나비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붉은 나비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파란 나비를 구하러 가기로 결심했다.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가 그랬던 것처럼 간단한 채비를 마친 후, 무작정 파란 나비가 이르렀던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란 나비를 구하러 가는 동안 붉은 나비 역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다. 하나의 질서를 이뤄 살아가는 인간들의 생활상, 하늘의 기운을 품은 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조화로움, 사막과 바다, 도시와 숲, 그리고 둥근 달 위로 쏟아지는 은하수의 무수한 향연들을 느끼고 경험했다. 

 붉은 나비는 자연스레 생태계와 질서, 각 생명체와 세상 만물이 이루는 관계들을 생각해 보았다. 자신과 파란 나비가 꽃밭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생물들은 자신의 소중한 거처에서 자신들만의 생애를 이어 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꽃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오게 된 붉은 나비는, 자연에서 마주친 나무들과 새들, 그리고 동물들에게 파란 나비를 본 적이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들은 각자만의 언어로 붉은 나비에게 파란 나비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은행나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돌고래의 노래, 개똥지빠귀의 지저귐을 듣고 그들이 말해준 방향을 따라 길을 나섰다. 

 결국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붉은 나비가 파란 나비를 찾게 되었을 때 파란 나비는 날개 한쪽이 찢어진 채로 꺼져가는 숨을 쉬고 있었다. 파란 나비는 고통에 떨며 남은 한쪽 날개를 파르르 떤 채로, 사악한 생명체들이 도사리고 있는 정체 모를 숲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나비는 자신의 날개로 파란 나비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ㅡ괜찮니, 파란 나비야?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널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    

  

 파란 나비가 말했다.

     

ㅡ붉은 나비야, 고마워. 나를 구하러 여기까지 와줬구나.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알게 되었어. 내가 살았던 꽃밭이 나에게는 최고의 장소였다는 것을, 내가 살아가기에 그만한 행운과 축복이 곁들여진 곳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잊고 싶은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보고 느끼게 되었어. 꽃밭 너머에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었어.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강과 도시, 숲과 사막,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각종 덫 위를 날아다니며 우리가 살던 꽃밭 같은 곳을 찾아다녔지.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어. 부리가 내 날개의 5배만 한 새들이 나를 잡아 먹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날아다녔고, ‘어린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내 파란 날개를 갖고 싶다며 변덕을 부리곤 했어. 또한 총과 쇠로 만들어진 무시무시한 함정들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 나는 고통에 떨었으며, 한시도 평온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결국 폭풍에 휘말려 이름도 모르는 남쪽 지방에 이르렀을 때, 배고픔에 허덕이다가 인간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 날개 한쪽이 찢어지게 되었어. 그 순간,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고 수치스러웠어. 다행히 그곳에서 만난 다람쥐가 나를 구해줘서 목숨은 구했지만, 찢어진 날개 한쪽을 생각하니 더 이상 내가 살았던 꽃밭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로 나는 모든 걸 포기한 채로, 누군가 나를 구해주길 바라며 이곳에서 계속 숨어 지냈던 거야.    

   

 파란 나비가 말을 그치자, 파란 나비의 한쪽 날개가 다시 파르르 떨려왔다. 붉은 나비는 더듬이로 파란 나비의 날개를 쓰다듬어주었다.

     

 붉은 나비가 말했다.

     

ㅡ괜찮아, 파란 나비야.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널 구하러 여기까지 왔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바람을 타고 꽃밭으로 온 곤충들의 이야기를 듣고, 너의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 너가 사나운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어느 숲속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 

 우리가 서로의 색깔은 다르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라는 걸 생각하면, 나는 어디서든지 너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 이역만리 먼 곳에 떨어져 있을지라도, 너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문득 내 더듬이와 몸통 곳곳에, 그리고 활짝 펼쳐진 날개 여기저기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져 왔어.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나봐. 

 어느 날, 너를 찾으러 가던 와중에 남쪽 지방에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을 만났어. 바람이 말하기를, 얼마전까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나운 폭풍이라고 불렀다고 하는거야. 그때 왠지, 바람이 너의 존재를 느꼈을 것만 같은 예감이 강하게 스쳐 지나갔지. 그래서 나는 다시 바람에게 물어봤어. 혹시 파란 나비를 본 적이 있냐고, 나랑 색깔은 다르지만 외양은 똑같은 나비를 본적이 있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바람이 지쳐 쓰러져 가는 너를 봤다며, 자신이 사나운 폭풍이었을 때 너를 마주쳤다고 말해 주었어. 나는 그때 비로소 너의 존재를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어. 아, 파란 나비가 이 길을 따라 자신의 여행을 나아갔구나. 이 길을 조금만 더 따라가면 파란 나비를 만날 수 있겠다라고 그때 생각이 들었지. 결국 계속해서 길을 찾아갔고, 다행히도 너를 찾을 수 있게 되었어. 이 모든 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파란 나비가 말했다.

     

ㅡ고마워, 붉은 나비야. 나도 여행을 하는 와중에 문득문득 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어. 꽃밭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걱정하고 있을 너의 모습을 떠올리니 내 날개에 미세한 떨림들이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모두가 자고 있을 깜깜한 밤중에, 느닷없이 떨림이 느껴올때면 나는 생각했지. 아, 붉은 나비가 지금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내 쌍둥이인 붉은 나비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구나라면서 말이야. 이렇게 다시 보게 돼서 너무 다행이야.

      

 붉은 나비가 말했다.

     

ㅡ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살아 있어줘서. 이제 돌아가자. 우리의 고향인 꽃밭으로. 우리가 살던 꽃밭으로 돌아가서 다시 행복하게 살아보자.

      

 파란 나비가 말했다.     


ㅡ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은 두려운 것도 있어..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는 고향에 대해 잊은 것도 많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닌가 싶어. 꽃밭의 생명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꽃들이 혹여나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나는 그때 왜 그런 선택을 내렸을까.. 왜 그때 그것들을 떠나왔을까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와. 내가 과연 꽃밭에 가서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붉은 나비가 말했다.  

   

ㅡ그럼, 물론이지. 파란 나비야, 너는 충분히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어. 꽃밭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너를 보고 싶어해. 그리고 너가 내뿜는 밝고 명랑한 기운들을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봐. 애벌레로 태어나 우리를 낳아준 부모님을 뵈었을 때의 심정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치에서 부화해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던 때를 기억하니? 햇빛이 우릴 축복해주고, 해바라기와 개나리, 수선화와 프리지아가 우릴 위해 한껏 웃어줬잖아. 그때를 생각해봐. 벌들과 개미들, 느티나무와 깊은 강물의 미소를 떠올려봐. 

 사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봤어. 우리는 각자의 목적에 맞게 태어났고, 각자 살았던 삶의 터전에서 생명의 움직임을 내뿜으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비록 한쪽 날개가 찢어졌을지라도 넌 우리의 꽃밭에서 함께 살았던 소중한 생명체이고, 나와 추억을 함께했던 내 쌍둥이야. 비록 날아다니는게 힘들지라도, 너의 밝은 미소로 우리의 꽃밭을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주면 그걸로 되는거야. 그리고 너만의 힘으로 꽃밭을 다시 사랑스럽게 가꿔줘.

      

 파란 나비가 말했다.

     

ㅡ고마워. 너의 말을 들으니 고향이 그리워졌어. 꽃밭에 사는 내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모든 꽃들과 곤충들이 보고 싶어졌어. 그래, 다시 돌아가는거야. 그리고 다시 꽃밭을 아름답게 만드는거야.    

 

 말을 마친 파란 나비는 붉은 나비의 날개를 붙잡았다. 붉은 나비는 파란 나비를 끌어안은 채, 날개를 퍼덕이며 자신의 고향인 꽃밭을 향해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비록 돌아가는 길이 험난하고 어려웠을지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이 이 두 나비의 아름다운 귀환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바람은 꽃밭으로 돌아가는 안전한 길을 나비들에게 알려주었으며, 꿀벌들은 그들이 어렵게 구한 꿀을 나비들에게 일용할 양식으로 주었고, 대지 위의 태양은 나비들에게 따스한 안식처를 제공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자신들이 살던 꽃밭에 도착한 파란 나비와 붉은 나비는 그곳에서 짝을 만나 또 다른 생명을 낳고 아름다운 생태계의 질서에 맞춰 살아갔다. 다시 땅 위의 구성성분들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파란 나비와 붉은 나비는 행복하게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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