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하는 작업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카페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점심식사를 할 때에도, 쇼핑을 할 때에도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었다.
조직에 속해 있을 때에는, 무엇을 하든 동료들과 같이 하는 시스템이었다.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일하면서도 잡담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기도 한다. 협업을 하는 일이 전혀 없어도 하루 종일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챙기지 않으며, 일로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물론 내가 챙길 사람도 사라졌다. 퇴직 후 초기에 카페에서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했다. 필자는 혼자 있어야 충전이 가능한 내향형(I)의 성향이라 적응이 좀 더 쉬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에너지를 받는 외향형(E)의 경우, 퇴직 후에 혼자되는 삶의 패턴에 적응하는 데 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에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라는 책 제목에 본능적으로 끌렸다. 저자는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퇴직자들의 상황과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자'를 어떤 마인드로 부딪쳐야 하는지 좋은 울림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준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다.
1. 자기 긍정의 힘을 키워라
2. 버려야 할 감정은 빨리 흘려보내라
3. 몸의 상태가 기분의 상태를 결정한다
4. 생각을 균형을 잡아라
5.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충전하라
'혼자'를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혼자 있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생각이 한편으로 쏠리기도 한다. 어떻게 재충전을 해야 되는지도 감각이 무뎌지고,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하기도 어려워진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성숙해지는 과정 혹은 발전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누구나 성숙함을 느낀다. 깊은 혼돈을 빠져나와 슬픔을 극복한 사람만이 갖는 상상력, 아름다움, 이해력, 포용력, 사랑을 통해 그 모든 것을 갖춘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필자는 혼자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에 사로잡혀 자신감이 떨어질지 모른다. 필자는 이러한 혼자된 과정 속에서 단단함을 갖춘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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