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퇴직 후에 가장 하고 싶은 일 목록에는 육체노동이 일 순위였다. 필자에게는 잘하는 것보다 안 해본 것을 하고 싶은 바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의 balance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체노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터이다.
필자는 2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하고서부터 내리 컴퓨터 앞에서 기획과 전략이 스며든 문서 작성에 매진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인지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으며, 주말에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기획력과 전략적 마인드, 문서작성에는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정신적 노동에만 집중해 온지라 육체적 노동에 대한 갈증에 매번 시달려 왔다.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건강을 고려한다면 정신과 육체의 balance는 매우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가끔씩 주말에 지인의 시골 밭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흘리는 땀의 쾌감을 즐기곤 했다. 나와 내 가족이 먹을거리만 소량으로 재배한다면 즐거운 노동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퇴직 후에는 이 쾌감을 배로 즐기리라 다짐도 하였다.
퇴직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을 쓰는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 힘을 쏟았다. 아무래도 이른 퇴직이다 보니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다. 특히 책을 쓰는 일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글 쓰는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을 꺼내 놓고 정신없이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너무도 빨리 간다. 정말 현업에서 했던 일과 동떨어진 일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여전히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사실,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농사일은 좀 더 뒤로 미루었다. 현재는 여건이 안되기도 하고, 콘텐츠 비즈니스와 같이 해야 될 일도 있어서이다. 그러나 솔직히 퇴직을 하고서도 여전히 노트북 앞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나는 언제나 노트북 앞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당분간은 땀 흘리는 쾌감은 취미로 즐겨야 할 듯하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내 몸과 마음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를 기대하며, 오늘도 노트북 앞에서 얼쩡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