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기 전에 받았던 스트레스 중의 하나는 출퇴근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 보니, 몸도 피곤하고 시간도 아깝게 느껴졌다. 퇴직하고 나면 출퇴근 시간을 온전히 운동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다짐까지 할 정도였다. 퇴직 후 초기에는 책을 쓰고 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운동보다는 급한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퇴직 이후에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건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아침 일찍 산책로에 나서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최근 유튜브에서 조깅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이 보이기도 했고, '슬로우 조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깅에 관심이 생기는 시점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쁜 일을 뒤로하고 조깅에 집중하는 것은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아침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아침 일찍 나오기가 귀찮을 뿐, 한번 시작된 운동에 몸과 마음은 상쾌하기만 하다. 거리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산책로에는 걷거나 뛰고 있다. 자전거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다. 연령대가 좀 높긴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가 산책로를 뛰고 있다. 정비된 산책로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도 보인다. 역시 녹색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색깔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는 안타깝게도 빠른 속도로 달리지 못한다. 그렇게 달렸다가는 며칠 동안 허리와 발목 통증에 고생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느리게 뛰기를 반복한다. 소위 슬로운 조깅이라는 건데, 걷는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뛰는 것이다. 느리게 뛰어도 유산소 운동 효과를 동일하게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나 말고도 슬로우 조깅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완연한 여름은 아닌데도 잠시만의 운동으로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역시 땀을 흘려야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약 8km 거리의 코스를 도는 데 약 1시간 20분이 걸린다. 천천히 걷고 뛰다 보니 걸리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1시간 이상을 움직이고 땀을 흘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시간보다 이렇게 움직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8km 코스 마지막 코너에 맛난 칼국수 식당이 있다. 땀을 흘리고 적당히 노곤한 몸을 이끌고 맛난 김치와 칼국수를 먹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육체노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을 쓰는 시간들을 좀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