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기 위해 다꾸하기

22년 차 부장의 콘텐츠 메이커로 독립하기

by 동감

택배 알림 문자가 왔다. 배송 예정 시간은 12시에서 14시 사이. 주문한 다이어리가 드디어 도착했나 보다. 회사의 문서수발실에서 수령한 택배를 개봉하는 이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리라.


나는 6개월 전부터 불렛저널을 쓰고 있다. 불렛저널은 라이더 캐롤이란 디자이너가 동명의 책을 통해서 유행시킨 것으로, 다이어리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쓰는 방식이다. 5년 동안의 다이어리 유목생활 끝에 발견한 불렛저널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불렛저널을 기록하는 시간은 보통 아침시간을 활용한다. 출근하자마자 불렛저널을 꺼내서 Habit Tracker를 우선 체크한다. 모닝루틴과 건강루틴을 매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습관을 관리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다음은 한 줄 일기를 쓴다. 일기는 쓰고 싶지만 일정량을 매일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러한 딜레마를 한방에 날려준 것이 한 줄 일기이다. 나는 이 한 줄 일기에 나의 일상과 흔적을 남기고, 감정과 생각을 압축시켜 기록한다. 다음은 데일리 로그이다. 데일리 로그에는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공주의 먹거리와 볼거리에 대해서 인상적이었던 점을 기록한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라는 것도 하이라이트 해서 적는다.


나는 꾸미는 거에 거리가 먼 40대 아재이다. 불렛저널도 처음에는 글로만 채웠다. 불렛저널에 나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펜과 노트와 같은 문구류에 욕심을 가지게 되고, 스티커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제는 필요하다면 스티커와 떡메(떡제본이 된 메모지)를 다이어리에 붙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도 기록을 풍성하게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문구류와 스티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큰 변화가 생겼다. 기록을 일상화하니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아가게 되더라. 자기계발서에 주구장창 나오는 멘트인 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나의 습관과 루틴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평범한 일상 속에 내가 중요시 여기고 있는 것과 이것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었다. 회사와 집만 반복했던 최근 수년간의 단편적인 일상에 생기를 넣어주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나는 오늘도 불렛저널을 펼치고 기록을 하고 있다. 기록하는 습관 덕분에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알고서 목표를 정하게 되었으며,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홀로 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인드를 갖추고, 홀로 서는 결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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