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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Jun 12. 2024

어떤 것들은 꼭 인생 같아서

생애 첫 위스키를 경험했다. 신랑의 오랜 친구가 위스키 공부에 푹 빠져 있는데, 마침 서울에 올라와 함께 저녁을 먹다 위스카 바에 가게 된 것이다. 그가 이것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듣다 보니 꽤 흥미로웠다. 알려준 준대로 위스키의 향을 충분히 음미한 뒤 소량을 입에 머금었고, 잠깐의 망설임 끝에 목구멍으로 넘긴 그 느낌이 썩 괜찮아 적잖이 놀랐다. 맥주 한 캔도 다 마시지 않을뿐더러, 좀 피곤한 날이면 소주 한 잔에도 알딸딸해질 정도로 술에게 늘 지는 우리인데, 위스키는 신기하리만큼 취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가 알려주는 위스키의 세계는 한 입에 많이 마실 필요도, 빠르게 잔을 비울 필요도 없었다. 잔 속에 담긴 세월을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느껴야 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진정으로 술을 즐긴다는 것의 의미를.


문득 술과 우리의 삶이 퍽 닮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는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며 털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치를 가늠하지 못해 휘청거리기도 하니까. 그날 나를 사로잡은 건 위스키를 멋지게 들이키는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제대로 음미하고, 나만의 속도로 즐길 줄 아는 그 태도에 매료된 것이다. 


난 어떤 형태로 삶을 마주 해왔을까.

술이 꼭 인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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