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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May 24. 2024

아마추어의 일상

생애 첫 요가를 시작했다. 언제 지어졌을지 모를 낡은 건물, 차가운 돌계단을 조금 오르고 나면 펼쳐지는 아담한 요가원에서. 체험 강습을 들었던 날, 어쩌면 요가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어디에 좋은 운동일까? 몇 세트쯤 해야 살이 빠지려나?’ 내가 흘린 땀이 어느 정도의 보상을 가져다줄 것인가에 집중했던 여느 운동과 달리, 요가는 동작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흥미로운 일이라고 뭐든 다 잘 해낼 수는 노릇. 타고나길 하체가 뻣뻣한 내가 유연성을 요구하는 요가 동작을 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가파른 호흡을 내쉬며 꾸역 꾸역 몸을 비트는 이 시간이 신기하리만큼 재미있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온몸에 지진이 나다 못해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에도 해맑은 아이처럼 깔깔거렸다.



초보란 ‘기술이나 학문 등을 처음 익히는 단계나 수준’을 뜻한다. 한 업계에서 동일한 직무를 맡은 지 어느새 10년. 어떤 분야에서 ‘초보’라는 딱지를 달기엔 적지 않은 사회적 경험치가 쌓였다. 그런 내게 완벽하게 처음 경험하는, 심지어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요가는 지루한 일상을 환기시켜 주었다.



’나이가 들수록 기꺼이 아마추어가 되길 권한다‘는 진영호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승부의 결과나 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아마추어의 일상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 삶을 얼마나 다채롭고 선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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