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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은 낭비가 아니다.

W. 현아

by 동국교지

비효율의 낭만을 만끽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젊음. 청춘. 낭만. 낭비. 낭만은 낭비를 동반한다. 낭만은 낭비로부터 시작되고, 낭비가 낭만의 필수 요소라고들 한다. 그런데 정말 낭만이 낭비일까? 낭만을 만끽하려면 무조건 낭비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낭만을 느낀다면, 그것은 꼭 낭비인 것일까?


지하철로 30분이면 가는 거리 창밖 풍경 보면서 버스 타고 가기

비 오는 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우중 러닝하기

날씨가 좋아서 바깥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기

학식을 먹어도 되지만 맛있는 식당 찾아 학교 바깥으로 나가기

강의실에서 옆 사람에게 안부 묻기

맛있는 케이크를 선물하기 위해 홍대까지 직접 찾아가기

LP로 노래 듣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보러 가기

공강 시간에 친구와 만나 수다 떨기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은 노래를 다 듣고 싶어서 집 가는 길을 돌아가기

남산 구경을 하기 위해 회차하는 버스 계속 타고 있기

약속 시간보다 약속 장소에 빨리 도착해서 사람 구경, 책 구경하기


낭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 모든 순간들은 일상 속 낭만이다. 그리고 낭만은 특정 나이대, 특정 역할에게만 부여되는 자격같은 것도 아니다. 당신이 몇 살이든, 무엇을 준비하고 있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면 그것은 낭만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낭만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일상을 만끽하며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건 낭비가 아니다. 취업을 위해, 시험을 위해, 돈을 위해 한 것이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당신은 낭만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느낌은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어 바쁜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작을 위한 소재를 마련해주며, 여행이나 진로 계획의 방향을 잡아준다. 낭만을 만끽했던 순간들의 ‘느낌’이 당신의 미래를 구성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자원 낭비, 에너지 낭비 없이 효율만 추구해야 하는 삭막한 현대 사회 속, 낭만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낭비와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낭만의 순간들이 없다면 이 세상을 즐기며 살아간다고 할 수가 있을까? 낭만이 과연 아무 쓸모 없는 낭비인 것일까?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얼마를 썼든, 얼마동안 시간을 보냈든, 죄책감 느끼지 말자. 낭만을 느끼는 것은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낭만은 낭비하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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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원들의 댓글

유라: 저도 요즘 바쁘게 치여살며 낭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거 같아요. 굳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비 오는 날 신발을 다 적시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돌아가고... 어떻게 보면 비생산적인 행동일 수 있겠지만, 이런 추억들이 제가 삶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거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다들 낭만을 잃어가는 게 슬프네요. 가수 우즈의 '굳이데이'처럼 다들 굳이굳이 낭만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되짚어보면, 막상 저를 살아가게 하는 건 효율성이 아니라 비효율이었거든요. 사랑도, 낭만도, 인생도 효율적으로 좇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마음껏 비효율적으로 누리는 게 가장 현명한 거 같습니다ㅎㅎ 암튼 낭만햄토리 현아를 응원합니다 ✪ ω ✪

민주: 이 글을 읽으니까 오늘 ‘미니 낭만’을 하고싶어지네요. 흠 뭘 해볼까.. 일단 보고싶던 영화를 예매하는 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지원: ‘낭만은 낭비가 아니다’ 너무 좋은 말이네요! 무언가 깊이 간직하는 경험이 우리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가끔 커다란 목표들 사이에서 소소한 것들이 더더욱 빛을 발하기도 하고요. 낭만은 진짜 없어선 안 되는 것.. 우리 모두 낭만 있게 살아요!!!

지운: 낭만이 자양분이 됨을 요즘 절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낭만을 즐겨보는 것도 유의미한 인풋이 되더라구요. 그치만 꽤 낭만 즐기며 살았다 자신하는데 더 많은 걸 즐겨본 사람들과 말하다보면 묘하게 격차를 느끼며 이상한 감정을 받습니다. 요새는 낭만도 쥐어짜내서 노력해야하는 건가 싶어서요.

민우: 효율의 반대말은 낭비인걸까요. 저는 이렇게하면 어떻고 저렇게하면 저떻고, 매순간 효율을 생각하면서 살지만 사실은 낭비하는게 더 많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어쩌면 낭비만은 아니였을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네요. 다들 내일부터는 낭비가 아닌 낭만으로 순간을 채워봐요~

정원: 모든 순간들은 일상 속 낭만이라는 말이 정말 좋네요. 요즘 바쁘단 핑계로 ‘낭만’을 위해 하던 일이 줄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예전 낭만을 찾아 떠나보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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