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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다가오는 종강

잠깐 기다리는 시간이자,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는 고요한 여백.

by 동국교지

여름이 다가온다는걸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습해진 공기와 끈적해진 피부, 어느새 길어진 햇살, 그리고 강의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뭇잎은 더 푸르게 번진다. 책상에 기대앉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창밖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이 든다.


‘아, 이제 진짜 종강이 가까워졌구나.’


이번 학기는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미지근한 해방감이 흐르고,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누구는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고, 또 누군가는 몰린 피로감에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살짝 지쳐 있고, 또 살짝 들떠 있다. 뭔가 끝나가는 느낌이 들면, 동시에 또 뭔가가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 이상하게도.


종강이란 단어는 한 학기에 대한 마침표 같지만, 실은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쉼표에 가깝다.


지나온 학기는 때로 버겁고 지루했지만, 그런 날들 사이에도 웃고 떠든 기억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쩌면 그게 이번 학기의 진짜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여름방학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냥 느긋하게 쉬고 싶다.


피곤하면 자고, 심심하면 산책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그런 날.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름, 그런 계절이 내게도 꼭 필요하다.


종강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묘하게 울렁거린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내 안에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느끼게 되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그 감정까지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글의 소제목인 ‘잠깐 기다리는 시간,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는 고요한 여백’처럼 종강을 기회삼아 다들 각자의 마음속 도화지의 여백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한 학기를 잘 살아낸 나에게, 함께 해준 우리 모두의 여름이 또 다른 설렘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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