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지운
화면 너머 누군가를 사랑하고, 취향의 것을 수집하기 너무 쉬워진 시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수많은 것을 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대.
그럼에도 이상하게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입에 올리기조차 무거워서.
자꾸만 입이 떨어지지 않지. 마음이 인정하지 않지.
사랑을 스스로 만져 보기도 전에 멀리서 접했고 멀리서 배웠고 사랑을 멀리서, 저 멀리서 알았으니까.
해 보지도 않은 연애에 품이 많이 든다는 건 너무나 잘 안다.
어쩌면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세상은 아직 별천지고,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사랑할 것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누군가를 배려해가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눠야 할까?
글쎄… 우리 왜 그래야 할까.
진리라 믿던 것들이 빗겨가는 단 하나의 예외.
내 두 눈으로만 바라보던 세계에, 두 개의 눈과 하나의 심장이 더해지는 순간.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않아도 될 것 같아지는 순간.
사랑은 예측할 수 없고,
사랑은 모든 걸 뒤엎고,
사랑은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뭐가 되었든 사랑은 강력하다.
우리 사랑이라는 감정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해서, 재고 따지지 않았으면 해서,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잠시 사랑에 온전히 당신을 맡겨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좀 더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봤으면 해서. 사람 하나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시대가 웃기지만 그렇기에 더 사랑에 눈 멀었으면. 쉽지 않다는 거 아니까.
사랑의 순간들을 잠시나마 함께 음미하기를.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길 바라며.
당신에게 선물 같은 로맨스 영화 5편을 소개한다.
노트북(2004)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은 걸 향해 손을 뻗게 해. 우리 가슴에 불꽃을 심어 주고, 우리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줘”
순수한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결말.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 누구든 본인의 가장 아름다웠던 사랑을 떠올릴 것.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에게 스며들었어요. 나는 당신처럼 웃고, 당신처럼 울고, 당신 냄새를 풍겨요.”
온몸에 스며들어 사라진 기억으로도 지우지 못한 사랑. 사랑은 정말 유성우도 따올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고.
Call Me By Your Name(2018)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지.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한여름, 어리고 미숙했던 사랑. 결말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 모든 감정이 다 나였음을.
너와 100번째 사랑(2017)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아. 지금 이 순간을 너랑 함께 살아있고 싶어.”
뻔한 결말이지만 클리셰가 클리셰인 데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해 주는 영화. 이상하게도 사랑은 비참한 순간에 더욱 빛난다.
주토피아(2016)
“왜 이래, 날 사랑하면서.”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꿈과 용기… 그리고 사랑까지 불어넣어 준 영화. 따뜻한 대사들로 한참 데워놓은 마음에 로맨스 한 방울 잉크 퍼지듯 번지는 영화.
교지원들의 댓글
정원: 미워하는 건 쉽고, 싫어하는 건 당연한 감정으로 느껴지는 요즘의 우리 모두 이 글을 읽고 추천 받은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가득 채워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에요!
민우: 혐오가 너무나도 만연해진 세상에 사랑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삭막한 사회일수록 서로 보듬어주는 게 필요한 거겠죠..? 저도 오랜만에 추천해 주신 낭만 가득한 영화들 보면서 힐링해야겠어요�
지원: 사랑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풍부하게 만드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영화도 그렇네요. 아 저는 노팅힐 진짜 좋아해서 여러 번 봤어요!! 저는 노팅힐 추천드립니다..!
유라: 우와 저도 주토피아 진짜 조아해요 /// 그리고 발등튀김님께 추천! ‘당신을 울리는 사랑’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는데 튀김 님이 진짜 조아하실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제가 추천했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라는 영화의 여주인공이 예전에 찍었던 드라마인데, 둘 다 너무 슬프고 좋아요 (TヘT) 근데 아마 보기 전에 휴지 한 곽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후후
현아: 사랑은 위대하다. 관점에 따라 이유 없는 사랑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적 충동 자체를 이유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유가 없는 것보다,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는것보다, 단 한 가지의 이유만 있는 것이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유!
민주: 이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사랑에 인색했던 거 같아요. 사랑에 인색했던 자신에 반성하게 되네요. 근데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데 … 전 아직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듯 ㅠㅠ!? 추천해주신 영화들 보며 사랑을 배워볼게요.� 삶 곳곳에 숨어있는 사랑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