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희 Sep 15. 2022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얼개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을 정립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연계적으로 해석해 내었다. 플라톤의 사상을 학문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그의 저작을 굳이 오늘날의 관점인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의 학문의 큰 범주에서 얘기하면 그의 학문은 사회과학이 대부분일 뿐, 다른 학문 분야는 기본적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데아 사상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경시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여기에 플라톤의 저작은 거의 모두 대화체로 쓰였고 논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하게 곳곳에 퍼져 있어 이를 학문적으로 분류해야 하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전 철학자들의 사유 표현은 학문과는 훨씬 더 거리가 있었다. 그들의 기술은 넓은 의미로 문학에 가까웠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파르메니데스나 엠페도클레스는 운문(시)의 형태로 사상을 표현했지만,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아낙사고라스나 헤라클레이토스는 짧은 단문인 아포리즘 형식으로 그의 사상을 논했다. 운문이나 아포리즘은 무엇을 말하는지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논리적 체계가 없어 학문과는 거리가 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산문의 형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남겼는데 산문체는 가장 진보된 형식의 글쓰기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물리학, 천문학, 기상학, 동물학, 생물학, 생리심리학 등 자연과학과 인식론, 정치학, 윤리학, 신학(형이상학) 등의 사회과학, 수사학과 시학의 인문과학, 그리고 이들 학문의 기반을 위한 준비 도구로 활용되는 논리학이 있다. 이를 오늘날과 비교해 보면 19세기의 학문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에 학문의 비약적 발전이 수많은 세부 학문을 양산하였고 그 이전에는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기반 위에 서 있었다. 많이 양산된 세부 학문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리스토텔레스 학문 범주 속에 속한 세부적 학문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점은 플라톤 시대에는 이러한 학문적 얼개가 없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플라톤은 어떤 통합적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려 노력했지만, 학문 정립의 관점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문 체계의 큰 뼈대는 결국 자연과 인간으로 나뉠 수 있다. 인간에 관한 것을 포함하여 자연에 관한 것 또한 포함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을 정립함으로써 플라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 뿐만이 아니라 윤리나 정치와 같은 인간 과학 분야도 그의 색깔이 영롱하여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학문의 정립에 플라톤의 사상 체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의 정립을 위해 스승의 사상을 반박해야 했다. 반박을 논리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자신의 세운 학문에 꽤 많은 부분이 논리의 정립에 할애되었다. 자신의 학문적 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온갖 논리적 저작은 스승 플라톤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의 놀라운 창의적 능력을 기반으로 구축된 논리학, 형이상학 등 여러 놀라운 학문적 작품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을 역사상 최초로 정립하여 학문으로서 세워 놓았을 뿐만이 아니라 자연과학의 탐구에 대한 방법론 또한 정립하였다. 그가 생각한 과학적 탐구는 관찰로부터 일반 원리를 발견하고 일반 원리를 기초로 더 근본적인 원리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연과학에서는 개별적인 관찰로 일반 원리를 끌어내는 귀납의 과정과 일반 원리에서부터 출발하여 더 근본적인 원리를 도출하는 연역의 과정을 모두 중요시하였다. 귀납에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단순 열거로 개별적 사건 또는 종에 관한 언명으로부터 개체가 속하는 종 또는 류에 대한 일반 원리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직관적인 귀납으로 감각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자료 중에서 근본적인 것을 파악하는 것으로 과학자의 통찰력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후자가 오늘날 과학자가 과학 하는 방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옛날 이미 방법론을 세워 놓았다. 


저작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이 자연과학을 중시한 만큼 경험에 기인한 구체성을 가지고 있고 경험이 닿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합리적인 연역 체계를 이루고 있어 조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이러한 두 상황은 경험을 중요시하는 자연과학과 연역적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과학 분야를 학문으로 이끌게 한다. 철저히 경험에 입각한 구체적인 체계를 세워가면서도 그렇지 못한 면에서도 방법론을 세워 놓았다. 경험에 입각하지 않은 학문이 필연적이고 보편타당한 연역의 바탕에 있어야 함을 잊지 않았다. 오늘날 서구 문명을 지배하는 참과 거짓을 따지는 연역적 사고는 학문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통일 이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