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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Apr 07. 2021

독일 관념론의 통일성

사회과학의 통일

칸트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이 무엇을 알 수 있고, 행해야 하고, 희망하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함축된다. 칸트 이후의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천착하여 자신의 사상을 다듬었다. 철학자들 대부분은 비판철학의 이분법적 구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처럼 생각했다. 인식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자체에 대한 칸트의 견해는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에서 상반된다. 순수이성에서 물자체는 우리의 인식을 넘어서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불가지론적 입장을 견지하나, 실천이성에서는 추상적 개념의 물자체가 자유, 실천이성 또는 의지로 개념이 다르게 해석된다. 실천이성에서의 도덕 법칙은 초감성적 세계의 현존에 대한 보증으로 생각하여 순수이성에서 물자체의 불가지론과 상반된다. 인식하는 이론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행위하고 실천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두 가지 본질이 분리되어 있어 통일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의 비판철학은 통일의 관점에서 하나의 원리로 모든 것을 정초 하고자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위에 둘을 총괄하는 어떤 통일적 원리가 필요하다, 비판철학의 중심체인 이성을 중심으로 한 통일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긴 하지만 이성을 해석하는 것 자체는 관념적이므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론적 존재와 실천적 존재는 모두 인간 자아의 중요한 본질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아를 기반으로 둘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논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피히테는 인간의 세계를 향한 인식과 행위 규범의 총체를 어떤 원리에 포섭하려면 체계적이고 원리는 완전하고 무제약적인 근본 명제로 근거 짓는 것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판철학의 관점에서는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을 모두 합쳐 꿰뚫는 절대적 이성의 구조를 자각의 논리에 의하여 이유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피히테는 그러한 것을 모든 학문 중의 학문으로서 ‘지식학'이라고 부르고 지식학을 준거 짓기 위한 근본 명제를 ‘자아’에서 찾았다. 순수이성이든 실천이성이든 이를 사유하는 주체가 있어야 가능하므로 사유하는 자아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때 자아란 개개인의 자아가 아니고 인간의 자기 존재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이다. 자아의 본질은 활동성이다. 활동성은 자기 스스로 작용하여 초감각적이고 직접적인 직관을 통해서 얻어지므로 자아는 근본적이고 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정립하고 존재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존재를 정립한 자아가 기본 원리가 되며 정립은 이론과 행위적 진리를 통일적 구조를 이루게 하는 원리로써 작용한다. 


피히테 사유의 핵심은 자기 활동성을 가진 자아로서 사물이 사물 일반으로 이해되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고로 자아를 범주적 형태에서의 자유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자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외적 관계를 통하여 필연적으로 ‘비아’를 정립한다. 비아는 자기가 아닌 외부의 다른 것들로서 외부 사물의 성질이나 사회의 규칙 또는 다른 사람의 욕망과의 충돌로 인한 제한 등을 뜻한다. 정립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우선 비아와 자아의 대립으로 자기와 타자의 내적 연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자아가 바라본 비아의 의식은 자아와 비아가 통합하는 단계로 궁극적으로 이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아가, 자아 안에서 구별하는 자아에 대립하여 구별할 수 있는 비아를 정립하게 되는 종합이 일어난다. 정리하면, 첫째로 자아의 정립이 이루어지고, 둘째로 비아의 존재를 깨닫게 되고, 마지막으로 둘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자아가 단계를 밟아 궁극적으로 비아를 극복하고 단련하는 상태가 참된 자유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피히테는 실천하는 인간 힘의 원천으로서 자아의 작용이 기본적이고, 인식하여 이론화하는 자아의 작용은 비아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비아를 넘어설 가능성을 찾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피히테는 이러한 변증법적 근본 명제를 지식학의 근본으로 하여 자아의 이해에 통일성을 부여하면서 자유의 의미도 도출하였다. 


셸링은 피히테의 자아 개념의 방법을 물자체를 찾는 방법으로까지 확장하였다. 단순히 사물로 파악될 수 없는 어떤 것은 자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하고 이를 절대 자아라 불렀다. 절대 자아는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인간 내부에 깃들어 있어 신과 같은 것이다. 절대 자아 개념은 자아가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속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자아는 사유와 표상에 선행한다. 이는 스피노자의 실체 규정과 유사하다. 나누어질 수 없고, 변화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의해 규정되는 실체가 실재라는 스피노자의 세계가 셸링에게는 자아였다. 셸링은 이에 자연철학을 합류시켜 독자적인 체계를 완성한다. 이른바 자아 개념의 초월 철학과 자연철학을 동일시하는 자연과 정신의 평행론이다. 둘은 대립한 출발점을 가지나 근본적 통일을 가리키는 같은 내용을 향한다. 자연철학은 객체적인 것의 총괄적 개념에서 시작하고 초월 철학은 주체적인 것의 총괄적 개념에서 시작하지만, 양자는 그 자체로 같고 자기 안에서 구별된 통일로서 전제된다. 그래서 동일 철학이라 불린다. 셸링의 대립과 통일의 관점도 소박한 변증법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피히테나 셸링처럼 통일을 이루는 원리에는 동의하였으나 그들의 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 또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비판철학처럼 정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이나 사회의 시대성 전체를 꿰뚫는 어떤 정신의 개념에 관한 존재를 반성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시대에서 정신의 해석이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개인 및 사회의 역사적 실재와의 긴밀한 일치를 동적인 변증법적으로 보이는 것을 철학의 핵심 관념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시대 진단과 역사 재구성이 세대에 전승되며 서로를 표현하므로 정신의 개념에서 이성과 역사, 개념과 시대는 자기에서 역사적으로, 논리적으로 차별성을 가진 통일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 과정에서 변화를 설명하는 방법론인 그의 변증법은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개입된다. 변증법은 인간의 시간과 공간성을 꿰뚫고 인간 세계를 진단하는 수단이 되어 버린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그의 철학적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고 이러한 기본 바탕이 그의 철학 전체에 깔려 있다. 인간의 인식을 감각적 확실성에서 현실적 앎이 되어가는 과정으로서 여러 다른 단계로 표현한다. 각 상위 단계는 하위 단계가 실현된 진리의 형태를 가진다. 단계는 의식, 자기의식, 이성 및 정신으로 상향적이어서 정신 현상의 무질서에서 학문적 질서로 향하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로써 사변과 경험, 개념적 사유와 역사적 현실성, 이성과 역사가 상호 관계하여 궁극적으로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게 한다. 그런 연유로 개인적 세계 경험의 구조를 초개인적 보편적 구조와 관계시킨다. 관계를 지어주는 매개는 주체의 객관적 역할로의 전이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개념은 기존의 것들과 판이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심지어 모두를 언급하려 시도하는 정신현상학은 역사를 통해 어지럽혀지고, 질서가 없는 심리학을 통해 파괴된 역사라고 혹평할 만큼 심히 비판적이었다. 그래도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키르케고르, 하이데거는 비판 속에 자신들의 철학적 실마리를 얻어내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정신현상학은 데카르트 이래 지속해서 대립한 주체와 객체, 내면과 외면 또는 철학과 역사 등을 극복한다. 그래서 정신현상학은 데카르트나 칸트의 의식 철학이 아니므로 세계의 역사적 지평인 정신으로부터 자신을 파악한다. 의식 철학이 주체성의 존재로 자기의식의 정적 이해라면, 정신현상학은 변증법에서 사회적, 인정 이론적 자기 생성의 동적 이념이 본질이다. 


정신의 개체적, 사회적, 역사적 변천을 통한 지향은 주인과 노예의 예시, 불행한 의식, 아름다운 영혼 등의 정의로서 실존적 형태로 나타낼 뿐만이 아니라 동양, 그리스, 계몽, 프랑스혁명 등의 사회 역사적 사건들로서도 나타낸다. 정신은 스토아주의, 회의주의, 기독교 세계관 등의 철학적 입장으로서도 표현된다. 이들 예시는 의식과 대상, 자기와 또 다른 자기, 개체성과 이성, 신앙과 계몽 간의 투쟁 상황에 대한 철저한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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