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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Jul 24. 2021

전기와 자기

전자기 현상

전기와 자기 현상은 실험으로부터 법칙이 규정되고 규정이 수학으로 정형화되어 통합된 이론으로 형식화되는 순서대로 진행된 귀납의 정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전기와 자기의 정적인 현상이 먼저 알려지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현상이 차례로 알려졌다. 전기와 자기 현상은 뉴턴의 원격력 개념과는 다르게 장(field)의 개념으로 기술된다. 장의 개념은 전기와 자기가 공간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접촉이 없이도 일어나는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실험을 통해 눈으로 확인되고 이를 설명하려는 추론으로 기하학적 역선의 개념에서 물리학적 역선 filed line의 개념으로 발전한다. 


공간에 장이 존재하여 전자기력이 작용한다는 실험 기반의 추론은 전자기 현상을 수학으로 표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리학적 역선이 수학적 구조물을 가질 때 기존의 원격력의 개념은 연속적으로 힘이 전달되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구축된 방정식은 보편성을 띠고 있어 기존의 알려진 실험법칙을 설명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현상을 예측할 수가 있었다. 법칙의 방정식 구축으로 전자기학 시대가 도래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자기학은 현대물리학이 창출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전자기학은 여태까지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실험을 촉발하여 양자역학의 탄생에 결정적 동기를 제공했고 상대론을 등장시켰다. 전자기학은 물리학의 이해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표본으로 완벽한 하나의 세트이고 20세기 문명에 결정적인 기여와 함께 21세기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기나 자기가 미치는 힘은 구체적으로 거리에 따라 어떻게 힘의 크기가 변하는지 몰랐어도 중력 법칙처럼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 것으로 기대했다. 힘과 거리와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규정짓기 위해서 뉴턴의 중력의 역 제곱 법칙 존재하는 이상 같은 형태로 추론하는 모방은 자연스럽다. 모방 추론은 비단 전기와 자기 현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화학에서는 물질의 화학적 친화도와 화학물질 사이의 근거리 인력의 세기를 중력 법칙을 모방하여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실패하였고 전기에서 전기 사이의 힘은 만유인력처럼 역 제곱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밝혀졌다. 


쿨롱 Coulomb은 전기를 띤 금속 공과 비틀림 저울을 이용하여 두 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측정하였다. 다른 전하량을 가진 금속 공을 여러 개 준비하여 특정의 전하량을 가진 기준이 되는 금속 공과 다른 금속공을 차례로 비틀림 저울의 양쪽에 올려놓고 금속 공이 이동하는 거리를 측정하여 두 전하 사이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내었다. 쿨롱이 전기력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전기의 힘이 중력과 비교하여 매우 크기 때문에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중력 상수를 측정한 캐번디시의 실험에 비하여 공의 움직임은 충분히 컸을 것이다. 전기력은 뉴턴의 중력 법칙과 같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전기원인 전하의 양에 비례하였다. 쿨롱의 법칙은 뉴턴의 실험적, 경험적, 수학적 특성을 재차 확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기에 의한 힘의 구조가 밝혀지고 나서 곧 전기와 자기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실험적 증거가 발견되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근처에 나침반을 갖다 댈 때마다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이 발견되었다. 나침반의 바늘은 자기의 극을 가리키므로 전기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은 전기가 자기장을 생성시킨다는 암시였다. 이때 바늘은 도선의 수직 방향으로 움직였다. 연이어 같은 또는 반대 방향으로 서로 전류가 흐르는 두 도선은 서로 끌리거나 밀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측정은 두 도선 사이의 힘이 도선의 길이와 전류의 세기에 비례하며 두 도선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함을 보였다. 두 실험은 전기가 자기를 만들어내는 원인인 것은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모든 전기가 자기를 생성시키지는 않는다. 전기가 흐를 때만 자기를 생성시키고 정전기는 자기를 생성시키지 않는다. 흐르는 전하인 전류는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정의한다. 그러므로 전하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 즉, 전류가 흐르면, 도선에 흐르는 전류가 뭔가 교란을 일으켜 주위에 원을 그리며 자기를 형성시켜 자성 물체에 힘을 가하는 것이다. 이때 전류의 크기와 방향 모두가 관련되어 있다.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오른손의 엄지 방향이라 가정하면 이때 감긴 네 손가락의 방향이 자기의 방향이다. 만약 거꾸로 감긴 네 손가락의 방향이 전류의 방향이라면 자기는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생성된다. 전기가 자기를 생성시키듯이 자기도 전기를 생성시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당장 실험에 착수한 과학자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 있었다. 


전기가 자기를 생성시키는 것처럼 자기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많은 실험이 수행되었다. 당시에는 이미 전기와 자기 관련의 새로운 현상은 일상적으로도 잘 알려진 보편적인 일이 되어 있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을 매달면 남북으로 정렬된다거나 전류가 흐르는 코일 안에 쇳조각을 넣으면 영구자석이 되는 현상, 또는 코일에 전기가 흐르면 코일이 자석처럼 작동한다는 것들은 일반인들도 아는 지식이 되었다. 이렇게 알려진 전기와 자기 현상을 바탕으로 자기가 전기를 유도하는 현상을 보려는 수많은 실험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그러한 현상이 있는지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마이클 패러데이 Michael Faraday가 획기적인 진보를 보였다. 오리무중의 와중에 패러데이는 더 강한 자기장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강한 자기장을 얻기 위해서 15cm의 지름을 가진 철제 고리를 사용하였는데 당시로선 매우 큰 쇠고리여서 특별히 주문 제작된 것이었다. 고리에 2개의 절연된 철선을 감고 한쪽은 전지와 스위치를 연결하고 다른 한쪽에는 검류계를 설치하였다. 한쪽의 코일에 전류를 흐르면 전류에 의해 자기가 생성되므로 이 자기장이 다른 쪽 코일에 영향을 주어 전기를 생성시키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이런 장치는 패러데이가 고안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전기를 생성시킬 수 있는지 실험적으로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미 많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아무 효과도 보지 못하였다. 정말 자기가 전기를 생성시키는 지도 의문일 만큼 실험에 전전은 없었다. 패러데이는 한쪽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동안 다른 쪽의 코일의 검류계의 바늘이 스위치를 켤 때와 끌 때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잠깐 움직임을 알아채었다. 스위치를 닫을 때와 열 때의 순간에만 자기장이 유도되어 전류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위치를 닫고 열 때는 전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방향으로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된다. 전류의 양이 변하므로 자기장의 세기도 변한다. 그러므로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할 때만 전류가 생성된다는 뜻이다. 패러데이는 온갖 시행착오 끝에 강한 자기장을 사용하여 눈에 보일 만큼의 자기장의 변화를 만들어 이로부터 유도된 전류가 측정되도록 하였다. 이를 자기 유도라 하는데 자기 유도는 전류를 흘려 자석을 만드는 전자석뿐만이 아니라 영구자석을 물리적으로 움직여 자기력선의 증감을 유도할 때에도 전기는 유도된다. 


자기에 의해 전기가 생성되는 패러데이의 법칙은 앙페르의 법칙과 함께 전기와 자기 현상의 상호 연계성과 대칭성을 보여준다. 대칭적 관계는 전기와 자기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류는 전하가 움직이는 것으로 전하의 시간적 흐름으로 전류를 정의한다. 전하의 시간적 변화가 자기장을 생성하는 것처럼 자기장의 시간적 변화가 전기를 생성한다. 전기와 자기의 상호 연관의 대칭성은 서로를 생성시키는데 시간이 같이 변수로 작용하여 극대화된다. 자석의 자기장을 시간에 따라 변화시킴으로 전기를 생성하는 길이 열렸으며 전기 문명을 가능케 한 발전기 기술의 과학적 토대가 되었다. 막대자석과 코일을 이용하여 전기모터와 발전기와 철심 고리 실험으로 오늘날의 변압기를 발명한 것도 패러데이였다. 그는 또한 자기장에 의해 물질이 영향을 받는데 이에 따라 모든 물질을 강자성, 상자성 및 반자성체로 나눌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외부에서 걸어준 자기장 하에 영구적으로 자성을 띠는 물질인 강자성체가 있고 이와는 다르게 자기장을 걸어줄 때 물질 내의 원자가 극에 따라 정렬하는 상자성체가 있다. 반면에 특이하게도 외부 자기장 하에 정렬은 하되 반대의 극으로 정렬하는 물질이 반자성체이다. 패러데이의 발견은 향후 물질의 전자기적 특성 연구에 거대한 시작을 알리는 축포였으며 오늘날 고체물리학의 진원지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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