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에 낀 부서진 깨에 몇 시간을 어수선이 보낸다. 셔츠 앞섶에 흘린 커피 한두 방울에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이마에 볼록 올라온 뾰루지 몇 개에 자꾸 손이 간다. 약속했던 안부 전화 한 통이 오지 않아 온종일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무심히 던져진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해가 지도록 웃음이 나지 않는다.
처음 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이 달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찰랑이는 것을 본다. 누군가의 아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펄떡인다. 지나가는 행인과의 눈인사가 자연스럽다. 언젠가 즐겨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니 잠시 생각을 멈추고 추억여행을 떠난다. 어느 책의 잘 쓰인 글에 가슴이 벅차올라 품에 안아본다.
사소하다고 여긴 작은 것들은 점과 점으로 만나 시간에 기대어 계속 이어진다.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점들을 이어가니 긴 하루에 어둠이 드리운다. 1초 1분 1시간. 점처럼 이어진 시간이 가고 있다. 시간이 드리운 레드 카펫 위를 영화제의 여주인공이 된 듯 걸어본다. 영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시나리오는 오늘도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