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늦은 감정은, 천천히 언어가 된다.
어렴풋이 분홍이 배어든 여린 꽃잎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잡아뜯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흠칫 물러선다.
마음 속 무거운 문 뒤에 감춰두었던,
아직 여물지 못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 탓이다.
조용히 기다려온 마음은,
이제야 거친 숨을 쉬듯 고백한다.
늦겨울 억새덩이가 몰래 품어왔던 미련을
봄바람에 하염없이 털어내듯, 투박하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미안하다’는
그 꽃잎에 닿지 않는다.
살고자 마구 흔들어대던 몸짓,
그 아우성에 흐느적 흘러내린 이파리 한 장.
문 뒤로 숨어버린다면 금세 썩어문드러질 테지.
언제고 여릴 수 없다면,
바람의 결을,
빛의 향연을
있는 힘껏 껴안고 썩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