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고다 아야
홍릉 자연림 깊숙한 곳을 걷다
거대한 몸뚱이 하나가 눈에 띄어 다가가 본다.
쓰러진 지 오래지 않은 듯,
나무의 속살이 뽀얗게 드러나 있다.
그 생생한 상처 앞에서,
한동안 시선을 둘 곳을 몰랐다.
그럼에도 조심스레 바라보며
그 나무의 이전 모습을 떠올리는데,
책 『나무』 속 고다 아야의 목소리가 문득 떠오른다.
“내가 말한, 죽어 있는 나무의 모습이야.”
그제야 알겠다.
왜 이 나무 앞에 멈춰 섰는지.
한여름 그늘에 들어온 듯
마음이 서늘하다.
하지만, 정말 죽었을까.
아직 이렇게 부드럽고 촉촉한데.
죽었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은 건 아닐까.
괜스레 미안하고, 조금은 부끄럽다.
어떤 존재를 떠나보낸다는 건
언제나 그렇듯,
익숙해지지도 서두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저 인사를 건넨다.
이제껏 살아내 준 시간에.
그 시간은 지금도,
이 자리에 있다.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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