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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Feb 18. 2022

너무나도 당연하고 뻔하지만 그래도 해보는 이야기

대타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연일 매서운 날씨에 자전거  용기가 나지 않아 게으름을 피웠다. 버티고 버티다 참지 못하고 나간다는  결국 최근 들어 제일 추운 날이다. 날씨 걱정만 하고 나갔는데 막상 문제는 추위가 아닌 다른 것에 있었다. 별생각 없이 훌쩍 올라 페달을 밟아보니 비틀비틀. 앞바퀴는 앞으로 나가질 않고 좌우로 휘청거린다. .  체인이 빠졌구나 싶어 들여다보니 멀쩡하기만 하다. 조금 타다 보니 문제의 원인은 바로 나였다. 며칠 전만 해도 손쉽게 달려 지나가던 커브길에서 자꾸 비틀거리며 멈춰 선다. 신발도 바퀴에  붙지 못하고 자꾸 헛돌아 또다시 종아리에 멍이 든다. 웬만큼 탈만해지니 흥미도  떨어지고 며칠 게으름을 피운 탓이다. 금세 몸이 성실하지 못했던 만큼 티를 낸다.


너무나도 뻔한 얘기를 잠시 해야겠다. 세상 어느 영역에서든, 최고의 위치에 있거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성공의 핵심은 거의  비슷하다는    있다.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도를 닦듯이 매일매일 계속 반복하며 몸으로 체화하는  말고는 지름길이 없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처럼 브런치에  쓰는 것도 마찬가지 얘기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주어진 기회에 새삼 감탄스러워 매일 글을 올리며 내실을 다져야지 다짐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맥이 빠져 어쩌다  번씩만 올릴까 싶기도 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쉽게도 어기려 한다. 제자리에서 뱅뱅 돌듯이 깊이도 없는 소리를 하고  하는 스스로에게 실망도 되고 창피하다.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쌓고 있는가 싶어 초조하다. 그런데 오늘의 자전거 타기가 따끔하게 알려준다.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고.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배부른 소리를 하며 벌써 도망가려 하냐고.


정신 차리고 다시 들여다본 브런치엔  년씩 꾸준히 글을 올리는 작가들이 태반이다.  호흡으로 읽어보면  안에 수많은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고 성실하게 쌓아온 시간이 보인다. 알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계속 페달을 밟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전거가 타지겠다 싶던 초반에는 20년은 즐겁게 탈것 같더니 시작한  아직  달도  되었다. 놀랍도록 짧은 인내심이 도히려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자전거 타기도 글쓰기도 제발 멈추지 말기를.  실력이 없다고 징징거릴 시간에 노력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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