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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Feb 24. 2022

넘어지고 서야 선명히 알게 되는 것들

오만하던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모든 일이 진행되는 데는 그에 맞는 과정이 필요하고 적합한 양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 당연한걸 몸과 자전거를 던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전거 타기를 다음날로 미루지 말자 다짐한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밖으로 나갔다. 눈이 와도 기온이 영하로 계속 떨어지는 날도. 일단 헬멧부터 썼다. 달리기 습관을 들이기 좋은 방법이 '일단 신발끈부터 묶자.' 라더니 헬멧을 쓰면 자전거를 타게 되는 습관이 조금 붙었다. 자전거를 보면 겁부터 났는데 매일 타다 보니 이젠 좀 편하다.


기어 조절에 익숙해지니 자신감은 주체가 안되고 조금씩 속도를 올리는 것도 재밌다. 왜 언덕길에서 앞으로 못 가고 비틀거리기만 했는지 또 내리막길에선 왜 브레이크가 잘 안 먹었는지도 알게 되니 점점 겁날게 없어진다. 자전거 타고 도는 반경도 조금씩 넓어져 이젠 동네 밖으로 벗어나 양평으로 서울로도 달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면 실천해봐야지. 어디든 갈 수 있겠어. 국토종주도 재밌겠네. 즐거운 계획들에 신바람이 나 온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지난번엔 신발끈이 체인에 엉켜 돌아 아찔했지. 이젠 그것도 주의하니 괜찮고. 이거 뭐. 소질이 없었던 게 아니네. 이젠 헬멧 없어도 되지 않나. 싶은 그 순간 허공에 허우적대는 오른손이 보인다. 어라. 자전거길 옆 낮은 나뭇가지들 사이에 그냥 처박혀 버린다. 자전거는 가던 방향 그대로 획 꺾겨 넘어간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고 무리해서 코너를 돈 결과다. 주저앉으며 온몸의 충격을 받아낸 오른쪽 무릎이 욱신거리는데, 앞에 걸어오시는 할머니의 시선에 창피한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부끄러운걸 보니 크게 안 다친 모양이다. 흙바닥에 굴렀더니 머리부터 신발까지 콩고물에 굴린 인절미처럼 누렇다.


 이럴  알았다. 사람이 급해가지고 섬세함이 없어. 세차게 넘어지고 나니 잡다한 생각들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현재가 명확히 보인다. 나는 아직 실력이 없는 이었다. 단지 자전거를   있게  것뿐이었다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단 3가지로 추려진다. 헬멧은 무조건 쓸 것. 속도가 마구 올라갈 때 몸도 마음도 주의할 것. 그리고 겁먹지는 말되 초보라는 것도 절대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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