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gerun Mar 03. 2022

때론 가짜라도 괜찮아

나에게 이롭다면야

주택단지  자전거길을 지나다 보니 나지막한 나무에 하얀 벚꽃이 가득 피었더군요. 어라 잠깐 지금 벚꽃이 보여야  때가 아닌  같은데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돌아가 봅니다. 역시나 진짜 나무가 아니었어요. 누군가가 자기  담벼락에 앙증맞고 소담스러운 벚꽃 나무를 하나 만들어 놓았더군요. 쌀쌀한 겨울 찬바람을 맞고 가다가 뽀얀 꽃송이들을 보니 포근한  기분이 납니다.


사실 평소에 가짜 꽃 인테리어를 싫어하는 편이었어요. 간혹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의 실내에 가면 가짜 꽃으로 꾸며놓은 공간들이 있죠. 침침한 조명 아래 때가 탄 꽃잎들을 보면 왠지 정이 안 가더라고요. 굳이 왜 계절에도 안 맞게 억지로 꽃들을 가져다 놓았나 싶었어요. 뭔가 오지도 않은 계절에 대고 생떼 부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랬는데 왠지 길가에 심어놓은 가짜 꽃나무 한그루에 눈이 즐겁고 마음도 편해지네요. 꽃의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나 봐요. 가짜던 진짜던 무슨 상관인가 싶어 지네요.


감정이 뒤엉켜 엉망일 때는 웃음이 나지 않죠. 웃을 일도 없고 마음이 엉망인데 어떻게 웃겠어요. 그런데 그래도 웃어 볼까 합니다. 가짜로 웃어도 올라간 입꼬리를 통해 우리 뇌는 웃는 걸로 착각한다잖아요. 그럼 또 착각한 뇌는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즐거운 줄 착각한 몸과 마음은 행복의 회로를 돌리겠죠. 웃는 내 얼굴을 보며 또 한 번 더 웃고. 계속해서 웃어 보는 거예요. 표정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진짜 웃게 될 때까지요. 웃으면 복이 온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