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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erun Feb 25. 2022

남의 것이 내 것이 될 수 없는 이유

바나나가 가르쳐준 삶의 태도

옆사람의 것이 더 좋아 보일 때가 있죠. 참신한 아이디어나 새로 산 물건, 혹은 친구 등 탐나서 내 것이 되면 좋겠다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간혹 가다가는 무리해서 빼앗거나 슬쩍 가져다 쓰기도 하고요. 내 손에 들어왔으니 한참을 즐기고 자랑도 해보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 찜찜함이 느껴진다면 그건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나밖에 모른다 안심해봐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남의 것이라는 사실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어요. 친목회 느낌이 강해 언제 가도 부원 몇 명은 늘 만날 수 있었죠. 하루는 동아리 가는 길에 가장 친한 친구와 바나나 한 다발을 산적이 있어요. 친구는 부원들과 나눠먹을 거라면서 가판대에 있는 바나나 중 제일 거대하고 개수도 많은 바나나를 품에 안았죠. 솔직히 누가 먹으려고 사나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말리지는 않고 값을 지불했지만 친구의 선택이 탐탁지 않았죠. 


그런데 동아리 방문을 여는 순간 뜻밖의 환호성이 들리더군요. 좁은 방안에 모여 있던 굶주린 학생들은 바나나 한 뭉치에 박수를 쳐가며 기뻐했죠. 문이 열릴 때 마침 바나나가 제 품에 안겨 있던 터라 시선이 몰렸어요. 그리곤 사방에서 한 마디씩 하더라고요 '야. 역시 OO야' 'OO이가 뭘 좀 안다' 등등의 과찬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때 염치없는 마음은 그 칭찬들을 제 것으로 받아 버렸습니다. 칭찬이 바나나만큼 달콤해 그냥 멋적게 웃고만 서있었어요.


불과 몇십 분 전만 해도 의문을 가지며 번거로워하던 바나나 한 뭉치는 속 좁은 침묵을 거치며 배려심 많은 이의 선물로 둔갑해버렸죠. 사람들을 향해 웃고는 있지만, 고개 돌려 친구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더군요. 순간적으로 휩쓸려간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그 친구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날의 칭찬은 공식적으로는 모두 제 것이 되었지만, 저와 그 친구만은 진실을 알죠. 


아마 오랜 시간이 흘러 바나나를 샀던 친구도, 한 마디씩 칭찬을 건네던 친구들도 모두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남의 것을 내 것으로 가졌던 당사자는 그 일을 잊지 못할뿐더러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그날의 칭찬은 제 것이 아니니까요. 사실은 기억 속에 그대로 존재하며 마음 한편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합니다. 그리고 탐욕에 마음이 들끓으려 할 때 마음의 브레이크가 되어 줍니다. 양심의 순기능이겠죠.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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