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상냥한 안부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마지막으로 띄운 게 언제세요?
펜으로 종이에 꾹꾹 눌러써 내려간 편지를 쓴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편하고 빠른 이메일이나 카톡을 쓰는 게 편해졌으니까요. 어찌 지내나 묻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바로 안부를 전달할 수 있으니 굳이 수고로운 손편지를 쓰는 일이 줄었죠. 그런데도 때로는 문득 보고 싶은 누군가의 얼굴이 둥실 떠오르면 손편지로 써서 보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편지를 써야지 마음먹으면서부터 우체통에 쏙 넣을 때까지 기쁨의 호흡도 길잖아요. 혹은 어느 날 우편함에 낯선 편지 봉투가 와있지 않을까 괜히 설레며 들여다 보기도 하고요. 없을걸 뻔히 알면서도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나성에 가면'이란 노래는 경쾌하고 가사는 참 예쁘죠. 안부를 전해달라고 다정히 말해보는 거니까요. 근데 사실 이 노래는 70년대에 이민을 떠나는, 그래서 다시 만나긴 힘든 이별의 상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래요. 먼 이국 땅에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그곳에 가도 잊지 말고 안부를 전해달라고 해요. 그곳의 날씨는 어떤지, 그리고 마음 상태는 어쩐지 말이에요. 그리고 행복을 찾으라고 상냥히 말해주죠. 타국 땅에서의 고된 적응 중에 그 편지를 받아 든 이의 마음은 많은 위로를 받았을 거 같아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주고 내 행복을 빌어주는구나 싶으면 힘이 나잖아요.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상냥하고 다정한 편지 릴레이가 당연한 시절이 있었어요. 매일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편지지 몇 장에 걸쳐 적어 안부를 주고받았죠. 보낸 편지에 적었던 일상이 스스로도 뭐였는지 잊힐 무렵쯤 되면 새로운 답장이 오곤 했어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위로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요. 한발 뒤늦은 위로와 축하지만 그 덕에 시간차를 두고 한번 더 힘이 나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울적한 날 한 번씩 꺼내 읽곤 하는 손편지엔 유효기간이 없는 것 같아요.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고 나니 시간과 함께 멀어져 버린 친구들이 그리워집니다. 요즘은 SNS 등으로 쉽게 사람을 찾고 끊겼던 인연을 다시 만나곤 하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아무리 인터넷을 헤매고 다녀도 찾아지지 않는 지인들이 있어요. 마음속 그리움은 커지는데 손편지를 써서 보낼 주소조차 모르니 갑갑한 마음뿐이에요.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 기분은 어떤지 물어볼 수도 답장을 받을 수도 없죠. 그럴 땐 마음의 편지라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잘 지내니. 보고 싶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언젠가 꼭 만나자" 하고요. 좀 청승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