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gerun Mar 21. 2022

너의 디자인은 300조 분의 일

쓸만한 것을 만들기 위한 마음가짐

좋은 디자인을 위해 고려할 것은 무엇일까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독창성을 발휘해 보는 이의 호감을 끌어내야 해요. 동시에 디자인을 통한 원활한 소통은 필수 조건이죠. 그런데 때론 개성에 너무 치우쳐 제기능을 못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또는 소통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흔해빠진 것이 나올 때도 있고요. 어느 쪽이 되었든 괜찮은 방향의 디자인은 아니에요.


작업에 앞서, 흔하지도 그렇다고 동떨어지지도 않은 적정한 콘셉트를 찾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게 됩니다. 독특하다고 무릎을 쳤던 내 아이디어가 이미 세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거나 혹은 이미 트렌드에 한참을 뒤쳐졌다 싶으면 좌절감이 와요. 그럼 내 아이디어와 비슷한 것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쁜가.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이거 누가 봐줄까 제 역할을 할 수 있나 겁부터 덜컥 집어먹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스스로 하려고 했던 게 뭐였는지 모를 괴로운 순간이 오죠. 압박감에 눌려 내면의 소리를 지릅니다. '그 중간이 대체 어디쯤이냐고!'


경험상 일이 잘 풀려나간다는 건 자료의 양과 질에 비례하진 않더군요. 일단 차분히 앉아 손에 놓인 프로젝트의 본질이 무엇인가부터 생각을 해보고 그에 걸맞은 적합한 디자인 콘셉트를 집중해서 찾을 때. 그래서 이제껏 축적된 경험, 생각, 그리고 자료들이 이리저리 모여 섞일 때라야 쓸만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어느 정도 주제가 잡히면 그때는 자료조사를 해도 이리저리 흔들림이 덜 하더군요. 본격적으로 세상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해 나가면 됩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모습이 좋아 보여 무작정 흉내 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럼 비슷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우스워보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혹은 나 혼자 너무 튀나 괜스레 위축되는 때도 있죠. 사실 남들은 대부분 별로 신경도 안 쓰는데 말이죠. 한 사람이 창조되어 세상에 나오는 확률은 300조 분의 일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살면서 후천적으로 익힌 경험들은 고유함을 한층 더 높여 주겠죠. 그러니 그 어느 누구 하나 같을 수가, 아니 비슷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굳이 누군가를 따라 하느라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외면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또 흉내 내려고 해도 절대 똑같을 수 없는 나의 개성이 남과 다르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겠고요. 300조 분의 일은 어느 복권보다도 따기 어려운 확률이죠. 세상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콘셉트예요. 잘 디자인할 일만 남은 거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