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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Oct 03. 2020

한 밤중의 모기 한 마리


한 밤중에 모기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왔나 보다. 난 유독 모기를 싫어한다. 모기에 물리면 그 물린 부분이 가렵고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 싫다. 어렸을 때 모기가 옮기는 뇌염이 유행할 때에는 모기에 물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모기를 더욱 싫어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밤에 자다가도 모기만 나타나면 일어나서 꼭 모기를 잡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어젯밤에도 자는데 갑자기 손목이 가려워지기 시작하더니 귓가에 “엥”라는 소리가 들렸다. 모기다. 모기가 들어온 것이다. 벌써 모기는 내 손목을 거쳐간 후에 내 귓가에 와서 “날 잡아보라”라고 외치고 있는 중이었다. 창문의 방충망을 모두 잘 닫았는데 며칠째 모기들이 밤마다 한 마리씩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어떻게 깊을 잠을 자다가도 모기 소리가 귓가에 들리기만 하면 그렇게 잠이 확 깰까? 하는 것이다. 나의 잠재의식 속에 모기에 대하여 각인된 메시지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모기를 찾으려고 사방을 둘러보며, 보이지 않는 모기를 찾다가 침대의 한 모퉁이에 앉아 있자니 어렸을 때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기가 참 많았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TV에서는 ‘O킬라’라는 유명한 모기 잡는 스프레이와 동그랗게 말려있는 모기향을 광고했다. 어느 집에나 그 유명한 스프레이나 모기향이 없는 집이 없었다. 요즘 같으면 집마다 창에 방충망이 있어서 모기가 집에 들어올 수 없도록 원천봉쇄(?)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는 집마다 창에 방충망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유일하게 집에서 모기를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모기장 안이었다.


우리 집에는 방의 천장에 고정하여 사방으로 펼쳐지도록 만든 파란색 모기장이 있었다. 그 모기장 안에 들아가 보면 마치 캠핑을 와서 텐트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나의 형제들은 그 모기장을 좋아했다. 캠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 모기장 안에 들어가서 자면 모기에 물리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았다. 여름에 잠자는 시간이 다가오면 모기장 쟁탈전이 벌어졌다. 서로가 모기장이 있는 곳에 들어가서 자려고 했다. 더운 것도 모르고 모기 장안에 들어가서 자려고 오밀조밀 모여서 여름밤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하얀 연막을 뿌리고 다니는 소독차였다. 모기가 옮기는 뇌염이 유행하는 때에는 저녁때만 되면 동네에 소독차가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독차에서 뿌리는 연막이 건강에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을 것인데, 동네 아이들은 연막 차가 나타나서 연막 뿌리는 소리가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집에서 나와 연막 차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연막을 뿌리는 차를 따라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 연막 차를 따라서 뛰어다니던 동네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모기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모기가 보이지 않는다. 잠만 깼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놓고 모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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