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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Aug 03. 2021

손톱깎기가 찾을 때마다 없는 이유

정리와 정돈의 차이


사람들은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할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물건을 써야 할 때 제자리에 있지 않아서 쓰지 못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정리란 한 마디로 말하면 버리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점차 저장 용량이 사라진다.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많은 자료들을 작성하다 보면 컴퓨터의 저장 용량이 거의 없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정작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저장 용량이 부족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정리이다. 정리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정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곤도 마리에”는 집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계속 쌓아만 두지 말고,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라고 말한다. 그가 물건을 정리하는 기준은 정리하려는 물건을 두 손으로 들고 그 물건이 자신에 설렘(Spark Joy)을 주는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쓰지 않았던 물건은 이미 내게 설렘을 주지 않고, 이제 더 이상 내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에 있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 이 물건이 얼마 짜린데… 이 물건이 필요했으니 샀으니 그냥 두어야지… 얼마 쓰지 않은 물건인데… 버리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건을 두 손으로 들어 보아도 마음에 설렘이 없다면 그 물건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서 그 물건을 다른 주인이 쓸 수 있도록 해 주라는 것이다. 안 입고 있는 옷, 안 보는 책, 안 쓰는 서류, 안 쓰는 소품들, 안보는 사진 등이 그 대상이다. 사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물건들은 우리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가족들이 대부분이 버리는 물건이다.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가족들이 버리게 하지 말고 가능하면 내가 미리 버려주는 것이 좋다. 요즘 우리나라는 중고 물건을 파는 앱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곳에 올려서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것도 좋다.


  나도 간직만 하고 쓰지 않던 물건이 있었다. 그 물건을 몇 년 전에 살 때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샀던 것인데 사실은 몇 번 사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먼지만 덮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 곤도 마리에의 말처럼 그 물건이 내게 설렘을 주는가 생각해 보았더니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물건에게 “내게 와 주어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한 후에 그 물건에 대한 정보를 중고 물건을 파는 앱에 올렸다. 싼 가격에 올렸기 때문에 곧 연락이 왔다. 누군가 내가 올린 정보를 보고 물건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는 필요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물건을 살 사람을 만나서 그 물건을 전달했다.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정리는 내게서 보내야 할 것을 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홀가분하게 만들어 준다.


  정리가 버리는 것이라면 정돈은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꼭 쓸 때만 되면 제자리에 없어서 찾게 만드는 것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내게 있어서 그런 물건은 손톱 깎기였다. 손톱은 왜 그리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손톱을 깎고 나서 잘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쓰려고 하면 꼭 손톱 깎기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잘 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생각을 했다. “손톱 깎기를 정돈을 해서 자기 자리를 정해 주어야겠다.” 그래서 손톱 깎기는 늘 내가 자주 여는 서랍에 넣어 두기로 하고 그곳에 손톱 깎기를 넣어두었다. 정돈을 하고 제 자리를 찾아준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손톱 깎기를 찾아 이 서랍, 저 서랍을 열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제자리를 찾아 정돈해 두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손톱을 깎으려면 그 서랍을 열어보면 되었다. 작은 정돈이 내 삶의 혼란에서 나를 구해준 것이다. 작은 삶의 질서가 주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이것은 내게 있어서 중요한 습관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에 나는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항상 같은 자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그 물건이 필요할 때는 그곳에 가면 항상 그곳에 그 물건이 있어서 쉽게 물건을 찾아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물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정리와 정돈을 할 때가 되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이때에 설렘이 없는 것은 보내고, 제자리를 찾아 줄 것은 제자리를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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