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일본의 미야자키현 신토미시에는 아름다운 꽃 축제가 열린다. 이 꽃 축제는 여러 종류의 화려한 꽃들이 있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한 종류의 분홍색 꽃 잔디가 있다. 이 꽃 잔디 밭은 앞을 보지 못하는 아내 쿠로키 씨를 위해서 매년 꽃 잔디를 심고 가꾸고 있는 남편 마츠모토 씨가 여는 축제이다.
부부는 결혼 후 소를 키우며 살아왔다. 부부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은퇴를 하게 되면 여행을 하며 노후를 보내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쿠로키 씨 에게 예상치 않았던 당뇨가 찾아왔다. 당뇨는 합병증을 가져와서 아내는 시력을 잃게 되었다. 시력을 잃게 되자 아내는 더 이상 바깥출입을 하지 않게 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더 이상 소도 키울 수가 없어서 모든 소들도 정리하게 되었다.
어느 봄날 남편은 우연히 자신의 마당 한구석에 피어있는 분홍색 꽃 잔디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꽃 잔디의 향기가 아내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남편은 매년 분홍색 꽃 잔디를 집 앞의 마당에 심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 꽃 잔디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 꽃 잔디를 만지며 그 향기를 좋아했다. 거기에 용기를 낸 남편은 점점 꽃 잔디의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가 거듭 되어 가면서 그 집 주변은 완전히 꽃 잔디 천지가 되었다. 점점 그 소문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봄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꽃 잔디를 보려고 모여들게 되어 꽃 축제가 되게 된 것이다.
문 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았던 아내는 자신의 집 주변의 꽃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다. 모여드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아내는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남편은 앞을 보지 못하는 아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꽃밭의 주위에 줄을 만들어 그 줄을 잡고 다닐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꽃밭에 입장료를 받으라고 하지만 마츠모토 씨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 활력을 주고, 아내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준 이 꽃밭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누구든지 무료로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가꾼 이 꽃밭에 와서 힘과 위로를 얻고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올해도 사람들은 마츠모토와 쿠로키 부부의 꽃밭을 방문한다. 내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그 꽃밭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지 분홍색 꽃 잔디가 아름다워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꽃밭은 그곳 말고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단지 분홍 꽃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꽃밭을 만들어준 남편의 사랑의 감동을 경험하러 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내를 사랑하여 집 주위를 온통 분홍 꽃으로 바꾸어 버린 부부의 사랑을 느끼러 가는 것이다. 오늘 우리도 서로를 배려해 주며 살아가자. 우리 모두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