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돌 담 이야기
얼마 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 밭을 들러 싸고 있는 돌 담이 눈에 들어왔다. 밭을 둘러싸고 있는 돌 담은 상당히 엉성해 보였다. 시멘트로 발라서 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돌과 돌 사이에 공간이 비어 있었다. 왜 제주도에서는 돌 담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제주도에서 이렇게 돌 담을 쌓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돌과 돌 사이의 공간을 두어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다. 그러나 태풍이 불어도 돌 담이 끄떡없이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돌과 돌 사이에 바람이 통과할 수 있는 바람 길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집을 짓고 담을 쌓는다. 담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도록 촘촘히 쌓고 시멘트를 바른다. 그러나 강한 태풍이 불면 그 담은 무너져 내린다. 무조건 완벽하고,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바람 길이 필요하다. 이웃과의 사이에 견고하고 튼튼한 담장을 쌓고 인생에 다가오는 태풍을 온몸으로 힘써 막아내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강한 태풍이 불어도 거센 바람을 통과시킬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의 바람 길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엉성해도 괜찮다. 꼭 튼튼한 돌 담을 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