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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Dec 02. 2022

나를 미소 짓게 한 초보운전 문구


며칠 전에 차를 운전하다가 사거리에서 정차를 하게 되었다. 무심코 앞에 선 차의 뒷 창문을 바라본 순간 이상한 문구를 발견했다. “결초보은”이라고 쓰여있었다. 왜 차량의 뒷 창에 결초보은이라고 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그 아랫줄을 읽는 순간, 결초보은이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썼는지 알게 되었다. “결초보은. 이 은혜를 다른 초보분들께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였다. 가만히 보니 결초보은 가운데 초보라는 글씨가 노란색으로 되어 있어서, 초보라는 글씨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 사람들 참 지혜롭다!”라는 생각을 했다. 평상시에 운전을 하다 보면, 차량 뒷 유리 부분에 초보운전에 대한 문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초보운전에 대한 문구도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초보운전 문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찔함을 주는 문구도 있다. “극한 초보. 지금까지 이런 초보는 없었다. 이것은 엑셀인가 브레이크인가”라는 문구는 극한직업 영화의 문구를 패러디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미리 감사를 하는 문구도 있다.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보운전.”이라는 문구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보운전.”이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어떤 차량에는 아주 큰 글씨로 “왕초보”라고 쓰여있는 차량도 있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완전 초보이니 알아서 피해서 가라는 인상을 준다. 어떤 초보운전 문구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애처로움을 느끼게 한다. “왕초보. 저는 오늘 집에 살아 돌아가는 게 목표입니다.”라는 문구의 차량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초보의 시기가 있다. 회사에 입사를 해서 처음 직장 생활을 하는 새내기 직장인은 초보 직장인이다.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떻게 부부 생활을 해야 하는지 몰라 좌충우돌하는 부부는 초보 부부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초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능숙한 전문가가 되어가고, 그 뒤를 따라서 또 많은 초보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모두 초보였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뒤를 따라오는 수많은 초보들을 보면서 그들을 배려해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우리에게 배려를 받은 초보들도 어느 날 전문가가 되어, 새롭게 등장하는 초보들에게 자신이 먼저 받은 은혜를 꼭 갚게 되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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