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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환 Mar 13. 2020

파리지엥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스크

비 온 다음날 새벽의 파리의 거리. 하늘의 푸른빛이 바닥에 반사가 된다. 새벽에 한 컷을 찍었다.

지난 2월 중순에 프랑스 파리에 갈 일이 있어서 파리를 다녀왔다. 그때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때였다. 파리에 갈 때 인천에서 한국의 국적기를 타고 갔는데, 비행기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선 공항인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를 하면서 파리의 시내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래서 나도 마스크를 벗었다. 한국은 인천공항부터 시작해서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승객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에 파리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파리의 지하철은 타려는 사람은 열차 바깥에서 문의 손잡이를 돌려 타고, 내릴 때도 손잡이를 돌려 내리는 것도 신기했지만, 출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의 지하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하철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니 한국의 지하철과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그 많은 사람이 있는 비좁은 지하철 속에서도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저렇게 지하철을 탈 때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의 지하철의 문화는 대부분 스마트 폰을 보거나 유튜브를 듣는 것이다. 종이 책을 읽는 아날로그의 감성보다는 디지털 전자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고 있는 우리의 문화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면서 파리의 지하철에서 아직도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정감이 느껴졌다. 파리의 지하철 안에서 느낀 또 하나는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 파리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파리에 사는 분에게 물었다. “왜?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나요? 공항에도, 거리에도, 심지어는 지하철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어요?”라고 물었더니, 파리에 사는 분은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프랑스에서는 호흡기의 질환이 있거나, 심한 감기의 증세가 있거나, 아픈 사람만 마스크를 씁니다”라는 말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내게 질병의 증세가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 감기 증세나 호흡기 증세가 없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과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구나" 하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래서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일어난다. 얼마 전에 한 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섰던 사진은 전 세계로 뉴스가 되어 나갔다.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마스크를 구하려고 애를 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두려움이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콜 센터에서 대규모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들이 대부분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여 출퇴근 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같은 지하철을 이용하고, 같은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지금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는 마스크도 쓰고, 개인의 위생을 위해서 손도 자주 씻고, 기침을 할 때는 소매로 가리고 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생활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필요 이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해 주는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 시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특히  전국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수많은 의료 봉사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힘내자. 대한민국!


* p.s.  3월 17일 현재 프랑스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글은 프랑스에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기 전인 2월 중순에 작가가 프랑스를 다녀온 후 느낌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 글에 대하여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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