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이 만들어내는 창의성

몰입 교육에서 배운 것들

by 송동훈 Hoon Song

최근 몰입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언어 서약(Language Pledge)'이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는데, 이는 단순히 언어 교육을 넘어서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약이 주는 자유


언어 서약의 핵심은 '모국어 사용 금지'라는 강력한 제약이다.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이 제약이 학습자들에게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문법을 모르는 초보 학습자가 억양만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과거형을 모르면서도 "어제 학교 가요, 친구 없어요, 재미없어요, 집에 가요"라는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 완벽하지 않지만, 소통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진짜 학습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몰입 교육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환경의 힘'이다. 유학을 가도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면 언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단순히 물리적 환경만 바뀐다고 해서 학습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의도적으로 설계된 환경'이다.


미들베리 언어학교의 학생들이 급식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목표 언어로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학습은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오히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료 학습의 놀라운 효과


인상 깊었던 건 서로 다른 레벨의 학생들이 함께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이 아닌 동료가 "학교에 갔어요"라고 과거형을 알려주는 순간, 그 학습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


실제 필요에 의해, 실제 상황에서 배우는 지식은 잊어버리기 어렵다. 그리고 가르치는 학생도 자신의 지식을 더 확실하게 체화하게 된다. 윈윈이다.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


굳이 버몬트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핸드폰 언어 설정을 바꾸고, SNS 알고리즘을 목표 언어로 맞추고, 친구들과 특정 시간에는 그 언어만 사용하기로 약속하는 것.


중요한 건 '진짜로'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어기면 벌금을 내거나, 정말로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규칙까지 만들어야 효과가 있다. 그래야 뇌가 '이건 진짜구나'라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대응한다.


언어를 넘어선 적용


이런 몰입의 원리는 언어 학습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심지어 새로운 사고방식을 체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도피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쉬운 길, 익숙한 길을 의도적으로 막아버리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성장이 일어난다.


몰입 교육을 통해 깨달은 건, 결국 성장은 편안함(comfort zone)을 벗어날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명확한 규칙과 함께하는 동료들이다.


앞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때, 이 '몰입의 원리'를 한번 적용해보려고 한다. 도피로를 차단하고, 환경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 것. 그러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Middlebury Language Schools Immersion Programs (feat.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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