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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 Jun 02. 2022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것

 어렸을 적부터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었지만 토마토는 꼭 빼고 먹었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토마토 소스는 거부감 없이 먹었지만, 그 외에 토마토 자체의 날 것을 먹는 일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이게 얼마나 맛있고 건강에 좋은데라며 아쉬운 소리를 하셨다. 나이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예외적으로 토마토를 먹는 경우들도 늘어갔다. 햄버거에 들어간 토마토를 더 이상 빼달라고 부탁하지 않게 되었으며, 샐러드에 들어간 토마토도 하나 둘씩 시도하곤 했다. 그렇게 토마토 사회화를 겪어가며 마음을 열었지만 여전히 토마토'만'을 먹는 경우는 없었다. 


 혈액암을 진단 받고는 상황이 바뀌었다. 혈액암에 좋은 음식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토마토가 등장했기에, 치료를 잘 받으며 나의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 뿐이라 토마토를 갈아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숨을 참고 먹어보기도 하고, 먹고난 뒤 맛있는 것을 먹어보기도 하며 생토마토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토마토를 마시고 몇개월 이후 매번 나쁜 결과만 들었던 병원에서 괜찮은 이야기를 듣고는 더더욱 토마토에 대한 애착을 키웠다. 토마토를 싫어하던 내가 어느덧 토마토를 마시지 않은 날엔 불안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심리적인 것과는 별개로 토마토에 대해 3년 넘게 꾸준히 마신 지금도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토마토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 그런지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거의 맛에 가까운 토마토부터 시큼한 토마토, 떨떠름한 토마토까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맛없게 다가온다. 모든 식재료는 각기 다채로운 맛을 내지만 토마토는 단 한번도 같은 맛으로 다가온 적이 없기에, 토마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그들은 토마토를 먹을 때마다 좋아하는 그 토마토의 맛을 토마토를 먹을 때마다 느낄 수 있을까.


 신사역 근처 '오르비에토'라는 파스타 집에서 먹었던 샐러드에 들어간 토마토를 제외하곤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다. 작은 가게에 혼자 하시는 집인데, 탱글탱글하고 새콤한 토마토는 처음이었다. 세상 모든 토마토가 그렇게 맛있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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