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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Aug 23. 2024

성공의 법칙이냐 성경이냐

힐: 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성공의 법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불행한 건 결국 성공하지 못해서입니다.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인간관계에서든, 심리적으로든 말이죠.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불행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자: 그 말엔 동감합니다만 성공의 법칙이란 책은 결국 경제적 성공에 초점이 맞춰진 책 아닌가요? 경제적 성공이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경제적 성공이 인간관계에서의 성공과 심리적 안정을 보장하지는 못하지 않을까요?


힐: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성공의 법칙이 대표하는 자기계발적인 마인드는 경제적 성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제대로된 단계를 밟아서 정석적으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는 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석적인 방법으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다고 인간관계의 문제가 해결되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제대로된 경제적 성공을 이룬다면 당신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경제적인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인간관계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 되고,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문제 역시 직면할 수 있게 되죠. 


100억대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도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것은 맞지만, 그 사람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 복권 당첨자를 추적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복권 뿐 아니라 남을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사회에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 부를 쌓는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번 돈을 허무하게 잃게 될 위험이 크고 설령 잃지 않더라도 큰 돈을 가지고도 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걱정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통장에 백억이 넘는 잔고가 있더라도 이런 경우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말은 통장 잔고와는 별개로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겠죠. 


말씀하신대로, 성공의 법칙이 경제적 성공 이외의 것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에 발목 잡혀 있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해볼 때,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첨언하자면, 경제적인 성공은 당신에게 단순히 물질적 부유함만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시간적 자유를 보장해주고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당신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를 주고 새로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을만한 자신감을 준다는 것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성공의 법칙은 경제적인 부유함을 얻는 것을 넘어서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해주고 그것이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군요. 


또, 많은 사람들의 불행의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성공의 법칙이야말로 현 시대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고요. 그럼 성경쪽 대변인의 의견 듣겠습니다.


울: 과연 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일까요? 


힐: 예. 그것은 여러 설문이나 통계를 통해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는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몇몇 설문조사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울: 그럼 만약 전국민에게 백억을 준다면 대부분의 고민이 해결될까요? 인플레이션 같은 것은 편의상 없다고 칩시다. 


힐: 물론 해결됩니다. 다만 이내 부의 불균형은 다시 발생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수준의 빈부격차에 다시 도달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울: 이미 일억이 있는 사람에게 백 억이 생기는 것이 기쁠까요? 아니면 쌀 한 가마니 살 돈도 없는 사람에게 일 억이 생기는 것이 기쁠까요? 


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궁핍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후자일 겁니다.


울: 그렇다면 70년 전 한국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의 평균 생활수준과 자산을 상기해보십시오. 그리고 현재의 그것과 한 번 비교해보십시오. 쌀 한 가마니 살 돈도 없던 사람에게 1억이 주어졌다고 비유해도 될 법하지 않습니까?


힐: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70년 전에 비해 선택의 자유가 훨씬 넓어졌고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울: 그렇다면 대부분의 불행이 사라졌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요?


힐: 그건 무리겠죠. 


울: 그렇다면 이미 1억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100억이 생긴다고 대부분의 불행이 사라질 거라는 것은 더 무리가 있는 주장이지 않습니까.


힐: 말씀드렸다시피 단순히 경제적 부유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을 성취하는데서 오는 여유와 자신감이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전국민이 성공의 법칙의 마인드를 체화한다면 그것은 100억을 입금받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100억이 주어지는 것만으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없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며 자산을 지키고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지도 못할테니까요. 


올바르게 제 주장을 적용하면, '전국민에게 100억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불행이 사라진다' 가 아니라 '전국민이 성공의 법칙 마인드를 체화하면 대부분의 불행이 사라진다'라고 말해야 적절할 것입니다. 


울: 어쩌면 그것은 전국민이 백 억을 버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힐: 백 억을 벌기 위해서는 특별한 요행이나 재능이 있지 않은 한 꾸준히 노력해도 10년은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성공의 법칙의 마인드를 체화하는 것도 물론 쉽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백 억을 버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닐겁니다. 


 울: 성공의 법칙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국가에서 지원하고 설령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더라도 성공의 법칙을 체득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널리 퍼트려야 하지 않을까요?


힐: 이미 성공의 법칙과 그 축약본만 해도 전세계에서 1억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비슷한 류의 자기계발서들을 합산하면 90억 인구에게 돌리고도 남을만큼 팔렸을 것입니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홍보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사회자: 토론의 진행을 위해 '성공의 법칙과 성경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염두에 두고 발언 이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울: 알겠습니다. 실제로는 꼭 배타적인 것도 아니고, 둘 중 하나 만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번 토론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에 맞춰 발언 이어가겠습니다. 결국 무엇을 더 중점에 두느냐 하는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말씀하신대로 성공의 법칙은 경제적 문제에서의 해방은 잘 다루고 있으나, 그 외의 문제들에 있어서는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인생의 전방위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힐: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인 것을 고려해봤을 때 경제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는 것이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요긴하다고 생각합니다. 


울: 한 번 하루일과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생각과 함께오는 감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정말 돈이 그렇게 긴요한 문제입니까? 하루에 어쩌다 한 번 막연하게 떠오르는 것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당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가장 강렬한 감정은 무엇에 대한 것입니까? 


힐: 저도 경제적인 문제가 설문조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긴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쨌든 당신 삶을 개선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쩌면 제대로 알지 못할지도 모르고 혹은 직면할 용기가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개선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돈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돈으로 당신의 삶을 개선시키면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다른 긍정적인 변화가 따라오고 자신감을 얻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례를 많이 봐왔습니다. 


울: 사람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개선시켜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돈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보다 나은 길이 성경적인 가르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힐: 이유를 말씀하셔야죠.


울: 인생은 짧기 때문입니다. 돈을 쫓으면서 놓치게 될 것들이 어쩌면 지금 잠시 놓치는 것 뿐 이후에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번 놓친 것 역시 다시 잡을 수 없고요. 


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당연히 무언가 포기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만약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어느새 무가치해져 있을 것입니다. 성공의 법칙은 포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경제적 성공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할 뿐입니다. 만약 게으름과 소심함, 무책임함과 관성적인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만 있어도 경제적 성공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울: 토론과는 조금 맞지 않는 발언인 것은 알지만, 사실 저는 성경을 두고 토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큽니다. 이런 토론이 성경을 득과 실의 잣대로 파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그것은 성경이 가진 본질적인 신성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테니까요. 물론 신성하다는 것은 믿는 사람끼리의 일이지 외부의 입장에선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성경은 결국 그 가치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 이상의 근거가 뭐가 있을까요?


사회자: 말씀하신대로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발언입니다. 신성하다는 표현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 성경을 읽고 성경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정리해서 발언해주시기 바랍니다.


울: 우선 사회적인 측면에서 성경은 구성원 전체가 공유할 가치가 있는 인권과 자유, 평등의 개념을 담고 있으며 기초적인 도덕률 또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권과 자유, 평등과 도덕은 득이 되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구성원에게 받아들여집니다. 구성원 모두가 이해관계를 떠나 인권과 자유, 평등과 도덕을 존중하는 사회가 어떨지 상상되십니까? 그것을 구성원 모두가 백 억을 가지고 있거나 백 억을 가지려고 하는 중인 사회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에서 저는 돈을 많이 벌고도 괴롭게 사는 사람들, 돈을 벌었다고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 하나의 목표를 이룬 뒤에 더 진취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삶에는 끝이 없습니다. 당신이 100억을 벌기를 목표로 했다가 그 목표를 이루고 공허해질 수는 있어도 100일간 이웃을 사랑하기를 목표로 하고 그 목표를 이뤘다고 공허해질 일은 없겠죠. 돈이란 것은 벌었다고 잃을 수 있는 것이지만 성경적 가르침은 벌어서 소유하고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실천입니다. 당연히 잃을 수도 없는 것이고요. 당연히 당신에게 좌절을 가져다 줄 일도 없을 것입니다. 


힐: 경제적 성공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후에 전보다 여러모로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저또한 많이 알고 있습니다. 불행해진 사람보다 훨씬 많이 말이죠. 물론 성경적 가르침을 따랐다가 불행해졌다는 사람을 알지는 못합니다. 불경한 소리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저는 경제적 성공이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고 성경적 가르침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울: 불경한 소리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소리입니다. 성경적 가르침의 대표 주자는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었습니다. 실제 역사를 돌아봐도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살다가 박해받은 사람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리스크보다 더 알지 못하는 것은 리턴입니다. 사후의 천국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사는 것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사회자: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사는 것의 이점이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울: 그것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주관적인 경험이고 심리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짧은 시간동안 어설프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이해에 방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필요하다면 종교적 체험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책은 수없이 많으니 그것을 읽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힐: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방금 하신 말씀은 충분한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런 말만으로 누군가 성경적 가르침을 삶의 지침으로 삼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울: 세치 혀로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저는 예수나 부처보다 더 신통한 사람이겠지요. 다만 저는 작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정도라도 만족합니다. 또 종교라는 것은 논리와 생각을 뛰어넘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도 전하고 싶고요. 


사회자: 그럼 토론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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