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쇼 라즈니쉬는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과 철학의 주요 레퍼런스는 불교에서 나왔으나 힌두교와 노자, 기독교와 서양철학을 가리지 않고 설파했다.
한국으로 치면 도올 김용옥과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와 비슷한 면을 볼 수 있는데, 특정 종교나 철학에 얽매이지 않고 동양 고전을 기반으로 사상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김용옥과 비슷하고 자신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어 공동체를 만들고 일면 투쟁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최제우와 비슷하다.
오쇼 라즈니쉬의 사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운데, 오쇼 라즈니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대로된 사상가의 사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교과서적 정리에 익숙해져 있고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서양식 논리 전개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의 단순한 결론이 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 당연하다.
철학이 한 두마디로 요약되는 서양 철학자들은 하나의 논리를 붙잡고 평생을 보낸다. 그러나 오쇼 라즈니쉬 같은 사람은 철학자가 평생 붙잡고 있을만한 철학을 과장 좀 보태서 매일 같이 설파한다.
불교 사상을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려는 시도들은 분명히 있으나 몇 마디로 요약된 불교에 대해 읽고 불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쇼는 1980년대 미국에서는 꽤 큰 이슈였었고 얼마전에 오쇼에 대한 넷플릭스 다큐도 제작될만큼 여전히 미국에선 인기?가 있다. 오쇼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유명인들도 꽤 많다. 톰 크루즈, 마돈나, 조지 해리슨, 도노반, 샤론 스톤 등등..
개인적으로는 오쇼가 아니었다면 노자를 이해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불교에 대한 이해도 지금만 못했을 것이다. 오쇼의 사상은 노자와 많은 부분 궤를 같이하는데, 그 둘을 묶을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로는 새옹지마를 꼽을 수 있다. 내가 오쇼에게서 굉장히 많이 배운 것은 새옹지마의 뜻처럼 흔히 나쁘다고 알고 있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고, 불행의 원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쇼는 직접 책을 쓴 적은 없지만 오쇼의 말을 기록한 출판물이 국내에 번역된 것만 해도 30권이 넘는다. 노자나 불교, 혹은 소위 말하는 영성적인 것이나 내면에 대한 탐구, 명상 등에 관심이 있다면 오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오쇼를 보며 20세기에 부처가 살았다면 저런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당대의 전문가라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깊이 있는- 통찰을 사사로운 것에 휩쓸리지 않고 대중적으로 전파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삶을 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