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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Aug 02. 2021

귀신의 합리적 이해

칼 융이 보는 귀신


 대한민국 사람의 절반쯤 은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목격담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도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 귀신을 본 이야기를 계속 해서 들으며 자랐다. 또래 친척들과 모여서 강령회를 주기적으로 하기도 했고, 의사가 된 이후 그 때의 경험을 살려 심령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칼 융은 귀신이 있다고 믿었을까? 


 귀신이 눈에 보이는 실체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선 아니다. 칼 융이 생각하는 귀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현대인은 ‘어머니의 기억이 생생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원시적인 사람에겐 어머니가 현실 속에, 말하자면 그림자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원시적인 사람들이 말하는 귀신은 죽은 사람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반면 현대인은 술을 마시던, 감정이 격해지던 반쯤 이성을 잃은 상황이 아니고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르더라도 그건 단지 머릿 속의 생각일 뿐이라고 여긴다.


“밤마다 선교사와 나란히 모닥불 앞에 앉곤 했던 흑인 꼬마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선교사는 소년이 언제나 쌀을 한 그릇 자기 옆에 놓고서 마치 누군가와 의견을 주고받듯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선교사가 소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어머니가 매일 밤 여기 와서 모닥불 가에 우리와 나란히 앉아 있어요. 당연히 어머니와 대화하는 거지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선교사는 "너에게 어머니가 계신다는 것을 몰랐구나. 그런데 여긴 아무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저에게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어머니는 여기 있어요. 내가 말을 걸면 어머니는 언제든 대답을 해요." 


우리도 밤에 모닥불 가에 앉으면 죽은 부모나 죽은 친구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꿈을 꾸기 시작하도록 만드는 것은 모닥불의 마법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꿈은 회상을 의미한다.”


<칼 융, 차라투스트라를 분석하다>


  원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죽은 사람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곧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즉, 귀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당은?


 현대의 무당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오락 거리로 여겨진다. 실제 많은 무당들이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에 걸맞게 듣고 싶은 말을 해주던가, 그럴듯하지만 애매모호한 말을 하면서 연기를 한다. 접신을 그냥 쇼맨십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현대의 많은 무당들은 쇼맨십에서 접신을 하는듯 하지만. 그럼에도 무당은 자신을 내려놓고 생생하게 죽은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는 전문가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죽은 사람이 아닌 현명하고 지혜로운 신의 원형 또는 순수하고 가식 없는 동자의 원형 등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너무 많은 상업적인 무속인들이 있고, 이미 무속은 현대 사회의 기본이 된 상식들과 상호작용을 포기한지 오래돼서 현실적으로 무당에게서 많은 걸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무속은 완전히 의미 없는 쇼가 아니라 마음에 평안을 주고 때로는 필요한 통찰을 주는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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