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그리고 미용실

by 김동휘

작년 7월쯤이었던가 후암동 골목에서 방울토마토를 내놓고 파는 가게가 있길래 냉큼 들어갔다.


평소 과일을 잘 먹지는 않지만 그날 따라 몸이 으슬으슬한 것이 왠지 아프지 않으려면 한 번쯤은 과일을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끌렸던 점은 내놓은 방울토마토 앞에 종이 박스를 떼다가 세워놓은 임시 간판(?)에 보드마카로 한 박스 5,000원이라고 써있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가격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마침 필요했던 마늘도 팔고 있길래 마늘 하나와 방울 토마토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15000원."


"만 오천원이요..."


방울토마토가 오천원에 마늘이 칠천원이다. 그런데 왜 만 오천원일까.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을 알았지만 비굴한 나약함 때문에 뭐라 말 한 마디 못해보고 그대로 만 오천원을 주고 왔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괘씸했다. 이제와서 다시 삼천원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냥 마음을 삭히면서 과일가게의 정마담 같은 아줌마가 또 바가지를 씌운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일주일 쯤 지났을까, 바가지를 써서 팔천원에 사온 방울토마토를 다 먹을 때 쯤 거울을 보니 머리가 귀를 뒤덮은 것이 아무리 봐도 지저분해보였다.


그날 따라 무슨 헛바람이 들었는지 파마가 하고 싶었다. 미용실을 안 간지가 오래라 잠시 고민하다보니 지하철역 9번출구로 나올 때마다 보이던 미용실이 생각났다. 파마가 삼 만원이라고 가게 창유리에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은 가게. 퍽 마음에 드는 가격이다.


그럭저럭 파마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오 만원입니다."


과일가게의 정마담 아줌마에 이어서 미용실의 정마담 아가씨인가? 분명 파마는 삼만원이라고 저기 써져있는데 오만원이라니. 이번에는 그냥 당해줄 수가 없었다. 이만원을 이렇게 삥 뜯기면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른다.


"파마는 삼 만원으로 알고 왔는데요."


"아 고객님은 일반 열펌이 아니라 새로 나온 무손상 파마약이에요. 이거는 추가금이 붙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 언쟁을 하는 낯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은 질색이다. 심지어 처음 보는 여자와 돈 가지고 언쟁을 벌이는 것은 평소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얼마전 방울토마토부터 이어진 울분과 아무래도 아까운 돈 이만원을 생각하니 여기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런 건 미리 말을 해주셨어야지, 갑자기 이 만원을 더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잠시만요. 이경씨. 이거 파마약 쓴다고 미리 말씀 안드렸어?"


"제가 안드렸었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날 보지마.


"네."


"어휴. 그러면 이번에는 저희 잘못도 있으니까 그냥 삼 만원에 해드릴게요."


어느새 대놓고 기분 상한 티를 내며 날 무시하고 있다.


"차 없죠?"


분명 다른 손님한테는 '주차하셨어요?' 라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이 만원은 지켰으나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러운 기분으로 미용실을 나섰다.


이 얘기를 하니,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돈 없는 티를 내면 무시 당하기 십상이라며 옷이라도 멀끔하게 입고 다니라며 되려 나를 타박한다.


이전 17화독서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