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by 김동휘

“다르다 진짜. 어떻게 그렇게 해요?”


그 한 마디는 아무도 모르게 강민씨의 허영심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 말을 한 그녀가 종종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로부터 화장품 모델을 의뢰 받을 만큼 눈에 띄는 외모의 여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거의 십년 간 남자와의 거리를 딱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도록 조절하는 방법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도 익혀온 그녀와 알고 지낸 한 달의 시간이 미친 영향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어떤 억지도 받아주던 젊음의 대양이 말라가며 더 이상은 예전 같은 자기 통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강민씨는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선을 넘어본 적이 없는. 나름대로의 종교적 신념과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허영심 혹은 성적인 집착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강민씨에게 불어넣은 허영심은 제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강민씨는 난생 처음으로 시계를 샀다.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의 시계를 사기 위해서는 예산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가격을 지출해야 했지만 감수했다.

알게 모르게 강민씨를 쓸데없는 문제들에 휘말리지 않게 해주던 겸손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녀 앞에서 그는 묻지도 않은 부수입과 부모의 재력을 은근히 과시했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했던 노력을 과장했으며. 선의는 과장하고 악의는 숨겼다. 조금이라도 잘난 척할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그런 강민씨의 옆에서 거울 앞에서 연습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민씨의 재력과 노력, 리더십과 착한 마음씨를 칭찬했다. 강민씨의 허영심은 그럴수록 더 커져갔다.


이제 강민씨에게서 예전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적당히 후줄근한 셔츠에 감은지 이틀 된 머리. 멍한 표정에 솔직한 태도 같은 것은 사라졌다. 대신 새로 산 티가 나는 옷에 스프레이까지 마친 머리. 오만한 눈짓에 포장된 이야기만 하는 강민씨가 있을 뿐이다.


강민씨는 생전 처음 해보는 시도를 했다. 먼저 그녀에게 따로 만나자고 말하는 것. 강민씨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절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타고나길 순응적이라 치고 나가질 못하는 기질. 마음 속에 간직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여자와 거리를 두려는 습성…


그녀는 강민씨의 말에 안면을 바꾸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여전히 그녀였지만 강민씨에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강민씨가 처음 보는 경멸과 억울함을 담아 강민씨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강민씨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까? 지금 강민씨에게 보이는 경멸은 진짜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은 강민씨에게는 모두 진짜였다는 것이다. 억울함. 그 억울함만 제외하면. 그것은 강민씨도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감정이었다.


강민씨는 지금껏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같은 나이대에서는 꿇리지 않는 수입. 철이 들고 부터는 하느님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는 자부심. 그녀가 칭찬했던 부내나는 고상한 취미에 대한 깊은 조예.


강민씨는 완전히 무너졌다. 단순히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다. 강민씨가 믿어왔던 세계관은 이제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제 강민씨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일까? 무엇이 해야 할 일이고, 무엇이 피해야 할 일일까? 강민씨가 그 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다시 찾은 답은 제대로 된 답이 맞을까? 그간 강민씨의 온 마음을 채웠던 것들이 모두 무너진 자리에서 강민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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