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God Knows
"그 얘기 몰라요?"
"뭔 얘기. 모르는데."
"아, 일단 메신저 좀 봐봐요."
파티션 하나를 사이에 둔 종합 2팀에서 웃음 소리와 함께 들리는 이야기에 강민 씨는 신경이 쓰였다. 지난 이 주간 강민 씨는 이 마흔 명 가량의 사람들이 파티션을 사이에 놓고 앉아 있는 인사부에서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건 최근 별다른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회사를 나간 강민씨 옆자리의 대리와 관련된 이야기들 때문이었는데.
강민씨의 회사는 전국민의 절반 정도는 알만큼 유명하고 연봉이나 복지도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3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아무튼 그렇게 이유도 없이 그만두는 사람이 흔한 직장은 아니다.
그래서 이제 막 3년차가 된 여자 대리의 이유 모를 갑작스러운 퇴사는 화제가 되었고 그 와중에 이 곳으로 발령 온지 두 달이 이제 막 지났고 대리와 유독 가깝게 지냈던 강민씨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화제의 파급력에 비해 부족했던 스토리라인의 공백을 주변 직원들의 상상력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채워넣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그냥 좋은 데 갔나 했는데. 뒤에 배후가 있었네."
"그러니까요. 소름 돋았다니까. 조커가 따로없어."
"이거 그냥 둬도 되는 거야?"
"한 번 계획을 짜 봅시다."
이번엔 뒤쪽 인재채용부에서 웃음 소리와 함께 강민씨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강민씨는 이 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것은 둘째치고 애당초 말이 없고 속을 터놓지 않는 성격이라 이런 상황에 대해 전해들을 만한 경로도 없었고 마찬가지로 해명할 경로도 몰랐다.
한 두번 그러고 말겠거니 했던 강민씨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은근한 조롱 섞인 몰아가기는 벌써 이 주 째 이어지고 있다.
강민씨는 속으로 일본의 한 스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름은 하쿠인 선사. 그 지역에서는 굉장히 불심이 높기로 유명한 스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왠 걸, 갑자기 십 대 미혼모 하나가 하쿠인 선사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충격 고백을 했다. 아이의 부모는 난리가 났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하쿠인 선사에게 찾아가 말했다.
"당신이 만든 아이니까, 당신이 키우시오."
하쿠인 선사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그런가?"
그렇게 미혼모의 부모는 하쿠인 선사의 절에 아이를 두고 떠나버렸다. 하쿠인 선사의 명성은 순식간에 악명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하쿠인 선사를 세상에 둘도 없는 위선자라며 욕했고 발길이 끊이질 않던 하쿠인 선사의 절에는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하쿠인 선사는 아이를 사랑으로 돌봤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을 때. 미혼모가 사실을 털어놨다. 사실 아기의 아빠는 옆 동네 남자고. 하쿠인 선사랑 아이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미혼모의 부모는 다시 하쿠인 선사에게 찾아와 사죄했다.
"저희가 잘못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철 없는 딸이 거짓말을 해서... 아이는 다시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쿠인 선사는 이번에도 한 마디로 대답했다.
"그런가?"
강민씨와 대리가 어떤 관계인지. 대리가 어떤 이유로 그만 둔 것인지. 인사부에서 강민씨에 대해 돌고 있는 얘기는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강민씨가 하쿠인 선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혼자 밥을 먹으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