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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Aug 15. 2023

신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신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르죠.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정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 제가 바다를 보고 아름다운 심연이라고 마음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겠죠. 그리고 제가 사람들한테 아름다운 심연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면 그냥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어떤 사람은 또 바다 말하는 구나 하고 네 있죠.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냥 회의주의자라서, 아니면 뭐 심연에 대한 나름의 정의가 있어서 없다고 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이 질문이 의미가 있나요? 애초에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요. 저 사람이랑 나랑 같은 개념을 공유하고 있지가 않잖아요. 나는 다른 사람한테 아름다운 심연이 있다고 믿으세요? 하고 안 물어볼거에요. 왜냐면 나는 그게 뭔 지 알고, 각자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할 거라는 것도 아니까요.”


“그 아름다운 심연은 개인적인 정의니까 그게 맞다고 볼 수 있는데, 신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알고 있는 말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제 생각에는 20세기 이전 유럽이었으면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니체가 신은 죽었다 이런 말 할 때. 거기서 신은 99%는 기독교적 개념이에요. 신에 대한 개념이 성경이나 그 당시의 종교적 권위에 의해서 정립된 거고. 근데 21세기 한국에서 신은 너무 다양해요. 누구는 그냥 물리적으로 실체가 있고 감각적으로 지각이 되고 논리적으로 증명이 되고 이런 걸 신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종교적인 개념에 따라서 떠올리는 신도 있을 거고요. 그 종교도 다 달라요. 기독교 천주교가 많긴 하지만 절대다수라고 볼 수는 없고, 불교도 있는 거고 이슬람이나 조로아스터 통일교 사실 끝이 없잖아요. 그리고 좀 더 철학적으로 들어가면 신을 집단 지성이 만든 이상향의 종교적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고 만물에 깃든 법칙을 의인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 만물 중에서도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힘 이런 걸 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한 마디로 정의하지는 못해도 신이 뭔지는 알고 있다.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굉장히 다층적인 존재에요. 드러난 것만 보면 그냥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세상의 법칙을 정하는 존재로 볼 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잔인하기도 하고 신의 뜻에 따랐는데 결과가 뭔가 이상하기도 하죠. 같은 성경을 봐도 사람마다 신에 대한 이해가 천차만별이에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하는 신은 지금도 교회가면 목사님들이 말하는 그 신 그대로였겠죠. 그러니까 니체도 신은 죽었다고 말을 할 때 확실히 떠올릴 수 있는 개념이 있었던 거고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신이라고 하면 너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니까 말을 하기가 힘들죠. 만약에 내가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인지 알고 어떤 의도인지 안다. 이런 상황이면 그거에 맞는 대답을 해줄 수는 있겠죠.”


“그럼 만약에 제가 기독교인이고 매주 교회도 다니고 성경도 읽어봤다. 그런데 기독교 적인 도덕이 요즘의 분위기랑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신이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 그런 상황이라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우선 신이 없다고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당신보다 나은 정신 상태를 가졌을 확률이 거의 없어요. 기독교 도덕이 요즘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하지만 애초에 신은 모순적인 면이 많아요. 어쩌면 신의 기준에선 모순이 없을 수 있지만 한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것 투성이죠. 성경에 쓰인 말 한 마디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그 구절은 표면적인 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구절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부분보다 조금 중요도가 낮은, 그러니까 더 중요한 부분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을 때 그 더 중요한 부분이 우선되어야 하는 그런 구절일 수도 있죠.”


“그래도 한 마디로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대답을 해 주실 수는 없나요?”


“네. 신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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