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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IC빠름 Feb 27. 2022

작은 두 손과 어른

아이와 마주 앉아 작은 블록을 갖고 논다. 아이가 내 손에 블록을 가득 담아주면 나는 그 블록을 다시 아이의 두 손에 옮겨 주었다. 나의 손에 가득이던 블록은 아이 손으로 건너가 넘쳐흘렀다. 그 블록을 보며 나의 기억도 과거로 흘러갔다.


어릴 적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테지만, 그 이유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그 이유가 바로 '어른이 되면 비료를 한 주먹만 넣으면 된다.'이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하던 때, 비닐을 씌우고 농작물을 심으면, 며칠 혹은 몇 달 후에 농작물 사이에 구멍을 뚫고 비료를 넣어야 했다. 그때 손이 큰 어른은 비료를 한 주먹만 움켜쥐고 넣으면 됐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나는 주먹이 작았던 관계로 두 주먹씩 비료를 넣어야 했다. 그 순간, 참 어이없게도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된 지금 부모님은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지만,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나는 어른이 되어야 했던 이유를 잃었다. 오늘 아이는 블록이 흘러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궁금함이  맞춰지지 않는 퍼즐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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