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이라는 말보다 시골집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나에게 시골집은 고향집을 의미한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일이 밀려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 짬을 내어 일손을 보태러 시골집으로 향한다. 시골집으로 가는 길은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한다. 그 풍경은 도로를 감싸고 있는 큰 산이 전부지만 말이다. 첩첩산중을 바라보며 켜켜이 쌓인 기억을 꺼낸다. 자동차는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나의 기억은 쉼 없이 뒤로 돌아간다.
시골집에 가면 과거에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은 없고, 그 자리만 남아 있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는 놀던 자리는 없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이 가득하다. 그 사람을 하나 둘 생각하며 자동차 엑셀을 꾹 밟는다. 그 속도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어느덧 고향집에 다다른다. 옆으로 스쳐가는 가로수처럼 기억 속 사람도 가볍게 사라져 간다. 인연이 너무나 가벼운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무거운 마음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기억은 기억에 놓아두고, 다시 현실이다. 모두 안녕,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