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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암 Oct 09. 2015

단편소설

선희에게

선희야.

어느 날이었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 너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고작 11자리 숫자를 외우지 못해 전화를 걸지 못했어.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내가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 연락해야 할 사람들…. 핸드폰이 사라지자 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듯한 사람이 되어버렸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 걸까.

선희야.

우리는 스마트폰을 들고나서부터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노인의 지혜나 스승의 권위는 떨어지고, 원하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지.

40글자의 문자들로 나의 메시지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문자 서비스는 사라지고, 감정의 표현과 의미 없는 글자들이 난무하는 어플들이 생겨났어. 글자들이 가지는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부자 나라에서의 빵 한 조각과 가난한 나라에서의 빵 한 조각은, 같은 빵이지만, 그 의미가 같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어.
정보의 풍요 속에서 사는 우리는 정보의 중요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

결국, 핸드폰을 찾고서야 난 세상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하지만 더 외로워졌어. 누구나와 연락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것처럼….

머리는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고, 찾는 방법만 알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 이 세상은 정보로 가득 찼지만, 의미를 잃었다는 느낌이 들어. 지혜마저도 우리는 인터넷에 찾잖아.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잃어가고 말 것 같아. 누구나 똑같은 세상 말이야. 생각만 해도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져. 만나서 눈을 보며 대화하고, 대화는 언어 이상의 표정, 속도, 침묵, 분위기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는 말을 온몸으로 느껴.

오늘 아침 나무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과학의 발달이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 조금 불편한 편이, 조금 모자란 편이 어쩌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선희야.
이 세계는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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