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ler & Woodcraft (미국 대형 목공용품점)
수공구를 중심으로 목공을 하게 되면 다루는 목재가 까다로워지고 가공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에 따라 여러 종류의 대패를 마련하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써본 서양대패는 Ace hardware 4번 대패로, 저렴한 가격에 꼭 맞는 처음 써보는데 의의가 있는 제품이었다.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고, 지금은 날을 둥글려 (Camber) 초벌대패 (Scrub plane) 으로 쓰고 있다. 미국 출장 중에 숙소 근처의 Rockler 란 목공 전문점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다. 마침 해당 업체가 유통하고 있던 Benchdog 이란 브랜드의 서양대패를 할인판매하고 있어 4번 대패를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나중에 대패를 모으면서 보니 Benchdog 은 중간 가격대 및 품질의 대패로 '할인을 하면' 살만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듯 했다. 무게나 평활도 측면은 괜찮지만, 날물매뭉치(Frog)의 결합구조나 손잡이 각도, 날 조절 시 유격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는 끼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었다. 아마도 인도의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몇몇 다른 브랜드의 대패들이 있는 듯 한데, 가격대가 약간씩 다르고 주물 및 연삭가공 품질도 가격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 온라인 몰에서 유통되는 비슷한 급의 중간 가격대 브랜드로는 Taytools, Faithful 등의 제품들을 대략 $100 언저리의 가격대에서 구할 수 있다.
Benchdog 4번 대패는 내가 서양대패를 다뤄보는 데 계기를 마련해준 여러모로 적당한 가격대의 적당한 품질의 대패다. 각 세팅의 영향을 살펴볼만한 품질은 가지고 있어 날의 연마와 덧날의 배치, 프로그 위치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 너무 비싼 대패였다면 이것저것 손을 댈 때마다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저렴하고 초기 상태가 좋지 않은 대패의 경우는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는데 실패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아무래도 수공구를 온라인에서만 보고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점이 있다. 무게나 손에서의 느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공구를 전문으로 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목공이 취미로 널리 자리잡은 북미나 일본, 유럽에서도 흔하지는 않다. 북미의 경우 어느 정도의 대도시에는 목공 전문 유통 매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의 Lee Valley, 미국의 Woodcraft 와 Rockler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매장들은 목재와 수공구, 동력 공구 (Power tool) 의 재고를 항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구를 사기 전에 조사차 방문하기 좋다.
목재도 다양한 종류의 제재목과 규격목재를 판매한다. 한 군데에서 다양한 종류와 규격의 목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가구 소품 수준의 취미 목공에서 여러 목재를 마련하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은 중요하다. 메이플, 체리, 월넛, 오크 등 북미산 목재의 경우는 국내보다 가격이 좋지만 수입산 하드우드의 경우는 별반 차이가 크지 않다. 절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인건비가 비싼 나라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목공전문 매장이 아닌 제재소 (Sawmill) 나 목재상 (Lumber yard)의 경우에는 더 큰 목재들을 보고 골라 살수 있지만 재(材, Board foot, 흔히 '사이'라고 하는 단위) 당으로 가격을 매겨 크게 판매하므로, 집에서 꽤 큰 규모의 켜기, 자르기 가공이 가능해야 한다.
Woodcraft는 Woodriver 사의 대패와 수공구를 많이 유통하고, Rockler는 Benchdog 을 비롯한 자체 브랜드 유통 제품이 많다. Lee Valley 는 Veritas 사의 제품을 독점적으로 취급한다. 각 매장은 국경일이나 명절에 맞추어 다양한 할인 행사를 한다. 특히 연말에 대규모 할인을 하며, Lee Valley 의 경우는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파는 식의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평소 가격을 그대로 주고 사는 것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이런 매장에서만 유통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온라인이 더 싸다는 것은 국내와 마찬가지이다.
대개 이런 매장들은 아주 느긋한 분위기로, 나이가 지긋한 은퇴자들의 사랑방이다. 이런 분들은 종종 뭐라도 알려주고 싶어 자꾸 말을 건다. 수 개월 이상 긴 외국 체류를 하게 되면 이런 가벼운 대화가 정말 반가워진다. 서로 취미가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약간 대화가 트이면 미국식의 아재 개그(?)를 시도하기도 한다. 집에서 가까운 Woodcraft 매장에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계산대에 더없이 점잖게 앉아있던 신사가 'Quarter Pounder'가 뭔지 아느냐며 25센트를 망치로 두드렸다. 애들은 벙찐 표정이 되었고, 그 양반과 나만 큭큭거리며 웃었다. 아마도 그 집 애들도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겠지. 사람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