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고 서양 대패

북미 antique store 및 Flea market

by 날과 자루

고가의 서양대패 제조사 중 상시로 재고를 구할 수 있는 대형 업체는 Lie-Nielsen, Woodriver, Clifton, Veritas 정도를 꼽을 수 있다. Woodriver 및 Lie-Nielsen 의 경우 Stanley Bedrock 구조를 보완한 구조를 따르고, Veritas의 경우 독자적인 설계와 소재를 적용한 제품이 많다. 국내에서는 Woodriver의 OEM을 제조했다는 Luban이란 업체가 Aliexpress 등을 통해 많이 유통되고, 가끔 브랜드 각인을 달리 한 동일한 제품들이 보이곤 한다. Stanley, Irwin 등의 전통 있는 브랜드로 유통되는 $30-$50 정도의 신품 대패들은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것으로 초기 상태에서는 손봐야 할 점들이 많다. 나는 이런 대패들도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적절히 손을 보면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이리저리 구성이나 세팅을 바꿔가며 공부하기에는 적당하다고 본다.


어느 정도 날의 연마와 대패의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중고 대패를 사서 손을 볼 수 있다. 이런 중고 대패는 좋게 말하면 Antique 나 Vintage이지만 관심 없는 이에게는 고물상 뒤지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여러모로 취미가 맞아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시간당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장 저렴하게 양질의 대패를 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Stanley vintage 대패의 경우 상태 및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흔한 4번, 5번 대패는 북미지역 벼룩시장에서는 운이 좋으면 $20-$30 정도에도 구할 수 있다. Bedrock 구조의 경우에도 $200은 잘 넘지 않는다. 수천 불대에서 거래되는 것은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1번 같은 품목들로, 정작 많이 생산되고 쓰인 모델들은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중고 스탠리 4번, Type 12 스윗하트 라인으로 대략 1910-20년대 생산된 모델이다. 벼룩시장에서 약 $25 정도에 구매했다.

이런 중고 대패들의 손잡이나 노브에 사용되는 목재는 오히려 더 고급으로, 2차대전 전의 모델들은 로즈우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적당한 사용감이 더해져서 부드럽게 손에 잡히는 감촉이 참 좋다. 오래된 대패는 날이 연마해서 쓸 수 없는 상태인 경우도 많다. 날과 덧날의 깨진 부분이나 휨, 녹에 의한 국부 손상 (Pitting) 을 잘 살펴야 한다. 무리한 복원을 위해 와이어 브러시 등을 사용한 경우에는 오히려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만들기도 한다. 몸체의 경우 주철의 잘 깨지는 성질에 유의해야 한다. 녹에 의한 표면의 손상과 더불어 구조적으로 취약한 날입과 프로그 결합부 등에 깨진 부분이 없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수집가들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자하며 원형에 가까울수록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수집이 아닌 실사용을 목적으로 한다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해서 표면을 새로 마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패나 공구 자체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것이 아닌 경우, 자주 사용하는 공구 몇 가지를 정하고 이에 맞추어 연마 지그나 숫돌 등을 세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전 Stanley 대패의 경우 5번 대패도 크게 부담이 없는 무게인 반면, 근래의 개선된 (?) 대패들의 경우 5번은 계속 사용하기에 꽤 무거워서, 워크벤치가 잘 설정된 곳이 아니면 하루 종일 쓰기 부담스럽다. 잘 관리된 2차 대전 전에 생산된 Stanley 5번과 Lie-Nielsen, Veritas 같은 브랜드의 4번이면 취미 수준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조합일 것 같다. 이후에 블록 대패를 포함한 Rebate, Fillister, Shoulder, Plough 등의 특수 대패는 각각의 필요에 맞추어 구비해 나가는 것이 재미 측면에서나 비용 측면에서나 합리적이다.


중고 스탠리 대패들. 앞에서부터 191번 Rabbet, 220번 저각 block, 35번 Transitional smoother, 4번, 6C fore plane.


중고 공구는 ebay 등에서 널리 거래되며, 골동 수준의 공구를 취급하는 전문적인 사이트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jimbode tool 등이 있고 (https://www.jimbodetools.com/) 모델과 상태에 따른 가격대를 참조하는 데 유용하다. 오프라인에서는 벼룩시장이나 정해진 날짜에 열리는 tool swap meet 등에서 수공구를 취급하는 부스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antique 매장은 아래와 같은 분위기인데, 서울의 동묘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사용 가능한 수준의 공구를 찾는 것은 운이 어느정도 따라야 한다.

실내 벼룩시장에 전시된 중고 가구와 공구들. (왼편) 만듦새가 좋은 Curly maple 책상. (오른편) 넓은 도끼, 미는 둥근끌과 마루톱이 이채롭다.

이렇게 유통되는 공구들은 나무 대패의 경우 대략 19세기 중후반, Stanley 스타일의 금속 대패의 경우 대략 20세기 초 제품들이 많다. 일부 오래된 나무 대패는 18-19세기 영국에서 제조되어 수입되었거나 미국의 Sandusky, Auburn 등 전문 제작사에서 대량으로 제작되어 보급된 것들이다. 이런 중고 공구들에는 제작자나 이전에 공구를 사용하던 사람의 이름을 음각해 놓은 경우가 많다. 전동공구가 저렴해진 이래로 수공구는 만드는 이도 쓰는 이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동 드릴에 이름을 새긴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숙련된 장인들은 자신이 쓰는 공구를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이름을 새길만큼 애착을 가진 사연들이 다들 있었을테다. 나무 대패에 새겨진 이름을 보면서 백년이 훌쩍 넘는 그 시간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대패 마구리에 찍힌 이름 스탬프들. J. Patton 씨는 이름 새기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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