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미 다이쿠 도우구칸 ( さがみ 大工道具館 )
코로나 격리가 어느 정도 해제되고 도쿄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일정 중에 하루를 빼서 찾아간 곳이 도쿄 외곽의 사가미하라 시에 위치한 사가미 다이쿠 도우구칸 (http://www.toolmate.co.jp/shouhin/daiku/daiku-heya.htm) 이다 (발음이 도-구칸 정도인데 로마자 표기를 따랐다). 도쿄 도심의 숙소에서 전철로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영상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 갔는데 정말 후회없는 방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간이 작아서 생각보다 많이 사지는 못했지만 눈호강은 제대로 하고 올 수 있었다. 사가미하라는 단정하고 조용한 동네여서 3층짜리 수공구 전문점이 교차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은 나름의 장관이었다.
1층은 대체로 대패와 끌, 2층에는 톱 등이 많이 있고, 3층은 자체 박물관이다. 3층은 따로 요청을 하면 보여주는 듯 했다. 일본 공구들은 개인적으로 좀 더 원초적 (Primitive?) 인 느낌이 있다. 발전이 덜 되었다는 말은 아니고, 공구의 쓰임에만 집중했달까, 공구 자체의 각에 사람이 맞추어 쓰는 느낌이다. 인체공학적이기보다는 직각과 선이 예리하다. 3층의 족히 폭이 30cm는 될 큰 대패와, 말로만 듣던 야리칸나 (창대패, Japanese spear plane) 도 보았다. 인간문화재급의 장인이 신사와 사찰의 수리에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영어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주인이 묻기에, 영상을 보고 왔다하니 신기한 눈치였다.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대패가 하나 있는데, 대패를 손보면서 수공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하며 '대패를 공부하고 있다'는 표현을 했는데, 주인 내외는 그 말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서로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중에 '勉強 (Benkyō)'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표정이 되었다. 이를테면 학문하는 벗이 멀리서 찾아온 것이니 (有朋自遠方來).
재고로 가지고 있은 지가 오래된 대패들을 할인 판매하고 있는 곳을 뒤져 날입이 가장 작은 대패를 하나 골랐다. '아부라다이 (油台)' 라고 불리는 내부의 홈통에 기름을 채워 쓰는 구조로 계절에 따른 변형을 막아보려는 것 같았다. 왜 널리 사용되지 못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름답지 않다'라는 의견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나뭇결을 따라 기름에 의한 얼룩이 보여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기름으로 인해 너무 미끄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 대패를 사용하는데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날입과 날 자체에는 만족했고, 일단 '공부'를 하는 입장이므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볼 겸해서 샀다. 처음으로 산 가격대가 좀 있는 일본 대패인데, 집에서 날을 갈아본 결과는 만족스럽다.
날이 한쪽으로 선 먹금칼을 찾고 있어서 적당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내가 연필처럼 쥐는 칼을 찾는 것을 본 주인이 가게 안쪽을 뒤져서 하나를 찾아주었다. 과연 스타일이 좋다. 복합강으로 된 일본 수공구들은 날을 세울 때 갈리는 맛이 좋다. 먹금칼은 금새 날이 서고 갈리는 느낌이 좋아서 하루 종일도 날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양날톱은 슴베에 녹이 나서 할인하고 있는 물건이 있어 냉큼 집어들었다. 일본에서도 날 교체식의 톱을 주로 쓰는지 슴베를 박아넣는 손잡이는 흔치 않았다. 파는 자루들을 보니 오동나무인 것 같다. 자루를 길게 뽑아도 무게가 가벼워 날과 균형을 맞추기 편리하다. 집에 와서 두 쪽으로 쪼갠 나무판을 파내어 톱날의 슴베를 맞추어 끼우고, 둥글게 모양을 다음은 뒤 등나무를 감아 자루를 달았다. 켜는 날이 크고 날이 길어서 시원시원하게 잘려나간다. 무림의 고수가 된 기분이다.
일본산 대패를 포함한 공구들은 공구 자체의 선이 예리하고 스타일이 좋다. 이름이 멋지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츠네사부로가 강력, 맹호보다 멋지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수십대를 이어온 장인, 환상적인 날, 평생의 혼의 담긴 어쩌고 저쩌고. 다만 이것도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이다. 지금까지 경험하건대, 나무와 공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교적이지 않다. 주인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는 아부라다이를 써본 적이 있는지를 묻고 어떻게 쓰는지를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대패를 많이 쓰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멀리서 찾아와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하니 어찌 기쁜 일이 아닐까.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대패를 살피다 여기까지 온 내 감회도 깊었다. 장구망치 머리며 대팻날 등 몇가지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사지 않았는데 그냥 사올 것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