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nial Homestead, Millersburg, OH
미국 중서부 (Midwest) 지역에는 우리로 치자면 청학동 정도쯤 되는 현대 문명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고유한 삶의 양식을 지켜나가는 종교 공동체들이 꽤 있다. 이 가운데 관광지로서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이 아미쉬 교도 (Amish) 들이 모여사는 오하이오 주의 아미쉬 지역 (Amish country) 이다. 아미쉬 공동체는 독일 등 중부 유럽에 뿌리를 둔 기독교의 한 갈래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 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미쉬 공동체는 양질의 유제품을 비롯하여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식품과 생활용품으로 유명하다. 전동공구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가구는 고급 제품으로 인식된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북미 지역으로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다양한 목공 전통이 유입되었다. 이후 북미 지역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에 적응하면서 18-19세기를 거쳐 가구와 건축에 있어 특징적인 양상이 정립되었다. 콜로니얼 (Colonial) 양식, 셰이커 (Shaker) 양식, 미션 (Mission) 양식 등이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아미쉬 가구는 셰이커 양식 및 미션 양식과 여러 특성을 공유한다. 종교적 영향으로 인해 장식을 배제하고 검소하며 목재의 특성을 잘 반영한 기능적인 설계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이런 아미쉬 공동체는 당대의 제작방식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다루는 콜로니얼 홈스테드 (Colonial homestead, https://www.visitamishcountry.com/cultural-attractions/shopping/colonial-homestead)는 오하이오 주의 아미쉬 지역에서 이러한 목공 전통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날씨가 풀리고 봄 휴가에 맞춰 중서부 여행을 하는 도중 아미쉬 지역인 오하이오주 밀러스버그에 위치한 "콜로니얼 홈스테드"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의 양과 질이 작은 박물관 수준이다. 공구만을 보자면 세계적인 컬렉션일 것이다. 수공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작정하고 보자면 며칠도 모자라다. 온라인으로 많이 거래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스탠리 및 유사 제품들도 있지만, 이보다 이른 시기에 제작된 목재 대패의 컬렉션이 충실하다. 톱과 대패 모두 꾸준히 날을 연마하고 전체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가격대는 결코 낮지 않다. 톱의 경우는 연마와 날어김을 포함 관리를 한 제품들은 제작 시기 및 희소성에 따라 $200 이상의 제품도 있다. 대패의 경우는 Jim bode 등 관리가 잘된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 전문 사이트와 이베이의 중간 정도이다.
따로 부탁하면 안쪽의 공방에서 직접 사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딱히 부탁이라 할 것도 없는 것이 적당히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보더니 한번 써보겠느냐고 먼저 물어본다. 한켠에는 커피를 볶는 곳도 있는데, 수염이 길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관리인이 몇 마디 나누면서 부산을 떨더니 커피를 내려준다. 어떤 공구를 찾느냐기에 자르기 톱 (Crosscut saw) 와 자귀 (Adze), 몇 가지 특수한 몰딩 대패, 수동 드릴 (Brace) 날과 연마용 줄을 찾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내 톱을 몇 자루 가져와서 손에 크기가 맞는지 보고 안쪽에서 한번 잘라보라고 한다.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정도의 자세로 서서 눈은 날의 양쪽을 보며 팔이 직선으로 나가야 한단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안쪽의 공방에서는 선이 우아한 윈저 체어를 만들고 있다. 전기를 쓰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다리는 수동 선반으로 깎은 것일까 궁금하다. 전등이며 커피 기계를 쓰는 것을 보아 전기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닌가보다. 공방 한쪽에는 직접 만든 듯한 훑이기 작업대 (Shave horse) 새 물건들이 있다. 톱 몇자루를 골라 잘라보고 있는데, 슬그머니 다가와 최근에 어렵게 구했다며 스웨덴에서 온 자귀 (Adze)를 한자루 보여준다. 자귀는 물건이 잘 없고, 지금 있는 것은 직접 쓰는 것들이라 팔지 않는단다. 아마도 의자의 좌판을 깎는데 쓸 텐데, Shave horse 도 그렇고 근래 의자 만들기에 꽂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요새 일본식의 당기는 톱을 쓰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건다. 작업대 한쪽에 양날톱과 등대기톱이 걸려있다. 한국은 어떤 목공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요새는 모두가 커다란 목공기계부터 사고 수공구는 일회용처럼 쓰는 것이 불만이란다. 최근 북미에서 가장 인기있는 목공 분야 (Segment 란 표현을 썼다) 는 일본식 목공구를 사용하는 것인데, 자기가 보기에는 톱이 너무 얇고, 대패 역시 변형이나 미세한 세팅에 불리한 점이 있어 보인단다.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 일본식의 대패 얇게 깎기나 중목구조 건축 (Timber framing) 이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목공 기계로 큰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육중한 수공구가 필요없다. 이럴 때는 가볍고 예리한 현대적인 일본식 톱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도 대체로 여기와 비슷하고, 전통적인 수공구에 있어서는 대체로 중국과 일본의 절충적인 위치인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많이 생산되는 목재와 생활양식에 적응한 결과일 것이고, 생산성이나 결과물의 수준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대패의 경우에는 취미 수준에서 여러 개의 대패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팅을 바꾸기 편한 서양식 대패가 좋은 점이 많다. 얇게 깎기는 정말 너무 재미있지만, 실용적인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이다.
자귀며 톱을 가지고 한참 신나게 이야기하는 중에 다른 손님이 들어와 물건을 둘러보다 'Bridge city tool works' 의 대패는 없느냐고 물었다. 정밀 가공으로 제작되는 현대적인 금속 대패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던 미국 회사인데 중국계 회사에 인수되었다. Lumberjocks 등 영어권 목공 커뮤니티에서는 가슴아픈 주제 가운데 하나다. 주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대뜸 그런 장난감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퉁명스런 반응이 나온다.
마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관광객들은 차로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아미쉬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박물관과 민속촌, 공방 사이의 어딘가쯤에서 이 사람 역시 고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손으로 만들던 시절 가구는 결코 싼 물건이 아니었고 대를 물려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공구 역시 마찬가지다. 만들어지고 사용되던 시기에 공구의 가치는 오늘날보다 많이 높았을 것이다. 10불에도 지갑을 열기 망설이는 나같은 취미인과 갖가지 자동화된 공작기계로 만든 번쩍이는 대패를 찾는 손님 모두를 웃으며 맞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팔리지 않는 쓸만한 것들을 한쪽에 모아두고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친절함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